
금융감독원, 회계기준 정상화… 삼성생명 불확실성 걷히나

금융감독원, 회계기준 정상화… 삼성생명 불확실성 걷히나
삼성생명이 새 보험회계 국제기준(IFRS17) 도입 전 과도기적 상황에서 선택했던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가 올해 결산부터 더 이상 예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한국회계기준원(회계기준원)은 지난 1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과의 질의회신연석회의(연석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은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2023년 IFRS17 도입 직전인 2022년 말,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할 몫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처리했다. 이는 삼성생명이 “IFRS17 적용 시 보험부채가 이전보다 과소하게 표시돼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당시 금감원에 질의 후 취한 조치다.
이후 삼성생명이 과거 계약자 자금으로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을 둘러싼 회계처리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탈회계의 적정성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율이 관련 법상 한도를 초과한 것이 계기였다. 회계기준원과 시민단체 등은 유배당보험계약 회계처리를 국제기준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고, 생명보험협회는 이에 대한 질의를 회계기준원에 전달했다.
K-IFRS는 엄격한 요건하에서 일탈회계를 허용하고 있으나, 금감원과 회계기준원은 이를 지속할 경우 한국의 IFRS 전면 도입국 위상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시점에서 일탈회계를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일탈회계는 올해 말 결산부터 전진적으로 중단한다. 일탈회계를 중단하는 경우 국내 생보사는 K-IFRS 원칙에 부합하도록 재무제표를 표시하고 주석을 공시해야 하며, 현행 국내 생보사 실무에서 유배당보험계약을 다른 보험계약과 ‘통합’해 재무제표상 보험계약부채로 표시하던 것도 구분해야 한다.
또한 보험업 관련 법규 요구사항, 금리 변동 위험 영향 등 유배당보험계약이 기업의 재무상태, 재무성과 및 현금흐름에 미친 영향을 재무제표 이용자가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주석에 기재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일탈회계 중단은 회계정책의 ‘변경’에 해당하는 것이지, 과거에 잘못 작성된 재무제표에 대한 ‘오류 수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회계처리 변경이므로 생보사들은 비교표시되는 전기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금감원은 “과거에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심사·감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석회의에 앞서 진행된 금감원 기자간담회에서 이찬진 원장은 일탈회계 중단을 두고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정상적인 기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계약자 배당은 실현이익이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것으로, 일탈회계가 중단됐을 때 회계상 표시가 변경되더라도 계약자보호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명시했다.
금감원은 “이번 질의회신은 회계처리 기준서에 쟁점사항이 있어 그에 대한 해설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의자의 회계처리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 것”이라며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15.43%)이 15%를 초과해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란에 “유의적 영향력을 명백하게 제시하는 경우에 한해 지분법 회계처리가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유의적 영향력은 ‘의사결정기구, 정책결정과정 참여 등 모든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험업계는 삼성생명이 유배당 계약자 몫(계약자지분조정 금액)을 별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3분기 말 기준 삼성생명 계약자지분조정액은 12조7588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