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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엽의 만만보(萬漫步) 산책]야생곰의 습격

 전인엽의 만만보(萬漫步) 산책 야생곰의 습격

전인엽의 만만보(萬漫步) 산책 야생곰의 습격

계절은 이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었다. 동절기 산책로는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 빙판이나 눈길 미끄러짐과 낙상 등 안전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야생개나 멧돼지 등 사나운 들짐승도 만날 수 있어 야간 등산이나 숲길 산책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에는 멧돼지가 먹이 부족으로 한낮에도 산에서 내려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상가나 아파트까지 침입하는 등 겨울 산책로의 복병으로 부상했다.

일본에서는 야생곰이 사람을 습격하거나 민가에 출몰하는 사례가 그치지 않아 곰 리스크 관련 산업이 뜨고 있다. 북부 산악지대 관광단지에서는 곰을 만났을 때 이를 쫓아내거나 안전 거리 확보를 위한 곰 퇴치용 스프레이, 방울, 호루라기 등 상품이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로 잘 팔리고 있으며, 심지어 곰을 쫓는 로봇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빨간 눈에 수북한 털로 덮여 늑대를 닮은 이 로봇은 곰 출몰이 빈번한 홋카이도의 한 업체가 개발한 것으로, 작동시키면 공격 자세를 취하고 곰이 싫어할 만한 늑대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총소리가 나온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올들어 4월부터 11월까지 야생곰의 공격으로 13명이 사망하고 190여명이 다쳤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인명피해(사망자 3명, 부상 82명)의 3~4배에 이르는 것으로, 곰의 활동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피해 규모도 커지는 양상이다. 야생곰은 보통 11월 중순쯤 겨울잠에 들어가는데 올해는 12월인데도 동면에 들지 못한 채 산속을 배회하고 심지어 도심에도 출몰해 주민을 위협하고 있어, 곰 서식밀도가 높은 홋카이도와 북알프스 지대 관광업체나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곰 리스크가 확산되자 일본 보험업계도 곰보험을 개발하고 곰 출몰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등 본격적으로 나섰다. 도쿄해상닛토화재는 곰 침입이나 습격으로 문을 닫아 부득히 영업을 중단하게 된 경우 이에 대한 손실을 보상하는 관광업체용 곰보험을 출시했다. 곰 출몰에 의한 경제적 피해를 담보하는 업계 최초의 단독 상품으로, 숙박시설이나 골프장, 캠핑장 등 레저 관련 업체가 주고객이며 불곰이나 반달가슴곰이 침입해 시설이나 가구 등을 파손함으로써 영업장을 폐쇄하거나 수리해야 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한다.

또 이미 접수한 예약이 취소돼 생기는 손실과 재침입에 대비한 전기 울타리 설치 비용, 곰 습격 시 퇴치나 안전 거리 확보를 위한 스프레이 구입비 등도 지급하며 연간 보험료 10만~50만엔 수준에 최대 1000만엔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12월 00일 오후 0시 00분께 00시 00 부근에서 몸길이 200㎝의 불곰 1마리가 목격됐습니다. 피해는 없고 곰은 △△ 방면으로 향했습니다. 새롭게 곰을 목격한 경우 시청 또는 경찰에 신고 바랍니다.”

요즘 곰 출몰이 잦은 지역에 사는 일본 주민이나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해당 지자체가 보내는 곰 경보 안전 안내 문자를 심심찮게 받게 된다. 사실 일본의 야생곰 습격은 예고된 것이다. 본디 깊은 숲속이 영역인 곰은 지구온난화로 가을이 짧아져 동면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 가운데, 무분별한 개발에 서식지가 축소되는 바람에 먹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동면을 위해서는 몸을 충분히 불려야 하는데 주서식지에서는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됐으니, 위험을 무릅쓰면서 민가로 내려오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곰 리스크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멧돼지가 아파트단지까지 들어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터. 이들의 습격을 방지하려면 들짐승과 사람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면서 공존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진 산책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도 이를 실천하는 작은 걸음이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걷는다.

전인엽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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