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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옥의 보험 읽어주는 사람] 한 해를 건너며, 나만의 걸음으로

 이은옥의 보험 읽어주는 사람  한 해를 건너며, 나만의 걸음으로

이은옥의 보험 읽어주는 사람 한 해를 건너며, 나만의 걸음으로

“분명 계획대로 뚜벅뚜벅 가고 있으면서도 가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며 의도적으로 내 여정을 오역했다. 지쳐서, 다 놓고 잠시 쉬고 싶어서.”

황석희 번역가의 문장을 빌리자면,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며 종종 자신의 길을 스스로 왜곡해서 해석한다. 그의 말대로 나를 때리는 것을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저 나를 탓하는 것이 가장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왔어.”

매년 11월과 12월이 되면, 필자는 고객들에게 새해 탁상달력을 전달하며 짧은 안부와 함께 작은 생존신고를 한다. 연말의 차분한 공기 속에서 한 해를 돌아보게 되고, 감사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데, 올해도 달력을 준비하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올해 어떤 걸음을 걸어왔을까. 그리고 누구와 함께였을까?”

보험업계에서 흔히 강조하는 영업력은 사실 필자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다. 유창한 말솜씨나 적극적인 영업 제스처보다는 약관을 해석하고 보장 구조를 분석하는 일에 더 흥미가 있었다. 고객의 사정을 듣고, 보험계약의 빈틈을 찾고, 위험을 보전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그 과정이 필자에겐 더 중요했다. 그래서 필자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조금 다른 접근으로, 상품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약관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으로 고객을 만났다.

그런 방식을 택했을 때 흔히 겪는 일이 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심과 “이런 방식으로 오래 버티기 어려울까?”하는 불안이다. 하지만 버텨낸 세월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꾸준히 고객과 소통하다 보니, 내 스타일을 신뢰하는 고객층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신뢰는 단순한 계약유지가 아니라, 오랜 관계로 확장되었다.

보험의 진짜 효용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순간 드러난다. 약관 속 문장들이 실제 도움으로 변환되는 순간, 모호한 문구가 실질적 보상으로 구현되는 순간, 고객의 표정에서 안도와 감사가 번지는 순간마다 보험설계사라는 이 직업의 의미를 다시 느낀다. 그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자긍심이 있다.

신계약 관리부터 보장 분석, 보험금 청구, 계약 유지와 변경까지, 관리 계약에서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고객의 상황이 변하면 그에 맞춰 보장을 다시 설계해 불필요한 보장은 덜어내고 필요한 보장은 더한다. 때로는 고객보다 먼저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 보장은 이제 부족합니다.”

“이 조건을 보완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함께 보험을 관리하며 걸어온 시간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동반의 기록이었다.

돌아보면 영업력이 부족해 흔들리던 시절도 있었다. 계약이 끊기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허덕이던 시기가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과정을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방향을 찾고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방식이 결국 나를 이곳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다.

새해 달력을 준비하며 올해의 고객들을 떠올렸다. 청구 절차에서 여러 번 통화했던 분들, 보장분석을 함께 검토했던 분들, 계약을 정리하며 조용히 감사 인사를 보내온 분들이다. 고객의 삶 한편에 필자가 작게나마 닿아 있었음을 느낄 때, 이 일이 다시 소중해진다.

보험은 종종 숫자와 약관으로 설명되지만, 결국 사람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상쇄하기 위해 오늘의 선택을 돕고, 위험에 대한 대비로 마음의 안정을 드리는 일이다. 필자가 하는 일은 상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의 시간을 설계하는 일이다.

새해를 앞두고, 다시 또 조용히 다짐한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더 깊이 듣고, 더 오래 곁에 있을 것이라고. 필자의 방식대로 걸어가되, 그 걸음에 다시 한번 의미를 부여해 본다.

한 해 동안 믿고 함께해 준 모든 고객께 감사드린다. 당신들의 길 위에 내가 조용히 함께할 수 있어 필자도 마음 든든했다. 내년에도 또 묵묵히 걸으며, 당신의 보험을 함께 읽어드리겠다.

이은옥

메가 메가하나인슈본부 영업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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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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