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영업 현장에서 설계 지원 인력이 만든 제안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이 본인의 직접 분석 없이 소위 '설계매니저'가 작성한 제안 내용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전문성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GA 구조상 여러 보험사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다 보니 설계매니저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이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해지면 오히려 설계사의 고유 역할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설계매니저는 각 보험사에 소속돼 GA 채널의 상품 비교·분석과 가입 설계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이다. 보험사별로 상품 구조와 언더라이팅 기준이 제각각이고 복잡도가 높아 설계사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제도다. 그러나 일부 설계사가 이들의 제안서를 재검토나 재설계 없이 고객에게 전달하면서, 상품 특성이나 보장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판매가 이뤄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관행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보장 내용이 정확히 분석되지 않은 제안은 불필요한 담보 가입이나 보장 공백, 과도한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각 설계매니저마다 선호 상품이나 설계 성향이 다른 만큼, 고객 상황에 맞지 않는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형 GA들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설계사 대상 정기 교육과 상품 교육을 의무화하고, 보험사별 전산 매뉴얼과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자체 통제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또 고액 계약이나 유지율이 낮은 계약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수수료 지급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현장 관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설계사 스스로의 책임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갖춰져도 모든 영업 행위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설계사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생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