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권이 손을 잡고 금융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 이른바 'AX'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지주, 카드사, 핀테크 업계, 유관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권 인공지능 전환(AX) 현장 간담회'를 열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금융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내외 AI 에이전트 도입 동향과 향후 개선 과제를 공유하고,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금융위는 그간의 AI 기술 발전을 반영해 마련한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함께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오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AI가 모든 산업의 틀을 바꾸고 있다"며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AI 산업 육성을 지원해 왔지만, 이제는 금융이 AI 혁신을 직접 이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권이 쌓아온 AI 경험이 금융산업뿐 아니라 실물산업 전체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위원장은 금융권 AX가 가져올 세 가지 변화를 제시했다. 첫째, 신속하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서비스 개발을 가속화하고 실물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효율화하는 '생산금융'이다. 둘째, 대안신용평가와 AI 에이전트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금융'이다. 셋째,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징후를 정밀하게 포착하고 잠재 리스크를 사전에 찾아내는 '신뢰금융'이다.
권 부위원장은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리가 알던 금융의 모습이 근본부터 재편될 수 있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로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금융 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새 틀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원칙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 책임 있는 혁신을 위한 명확한 기준, 그리고 AI 특유의 위험에 대한 선제적 관리를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AI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이 생겨서는 안 되며, AI가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만큼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쏠림 현상이나 사이버 리스크 등 AI 특유의 위험은 속도와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새로운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이 풀어야 할 당면 과제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기존 규제를 속도감 있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금융사에 적용된 보안용 망분리를 긴급히 완화하고, AI 학습을 제한하는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와 데이터 가명처리 관련 규제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AI의 행위에 대한 기준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오늘 발표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시작으로, AI 에이전트가 상품 추천부터 가입, 결제까지 수행하는 시대에 맞춰 업종 분류와 AI의 책임·권한에 관한 규율체계를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셋째, AI의 신뢰성과 책임소재 문제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AI 감독에 AI를 활용하는 등 전용 감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런 준비가 끝나는 대로 샌드박스 테스트를 통해 통제된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권 AX 가속화가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발제를 통해 결제, 인증, 데이터 등 금융 핵심 인프라가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세계적 흐름과, 상품 추천부터 실제 결제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페이' 같은 선도 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참석 업체들은 현재 대고객 서비스와 내부 업무 효율화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생성형 AI를 넘어 고객정보 분석, 리스크 관리, 데이터 분석 등 분야별로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수준까지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외부 서비스에서는 망분리, 데이터 규제, 접근매체 인증, 책임소재, 업종 분류 등 규제 제약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AI 에이전트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관기관과 연구원들은 AX의 흐름이 피할 수 없는 대세이며 금융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데이터 활용, 금융결제, 보안 리스크 등 AX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유관기관이 업계와 함께 대응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발표된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업종과 업무에 관계없이 AI를 활용하는 모든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할 자율규제로, AI 활용의 7대 원칙을 제시한다. 개별 금융회사는 보유 자원과 AI 활용 범위, 서비스 위험 수준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적용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고영향 인공지능' 등 인공지능 기본법 및 시행령에서 규율하는 내용에 해당하면 별도의 법적 의무가 발생하므로 관련 규제를 확인해야 한다.
7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이 AI 개발·활용에 관심을 갖고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거버넌스' 원칙이다. 둘째, 금융 및 인공지능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합법성' 원칙이다. 셋째, 현 단계에서 AI는 업무 보조수단이므로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은 임직원이 수행하는 '보조수단성' 원칙이다. 넷째, 개발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모델을 사용하는 '신뢰성' 원칙이다. 다섯째, AI 설계·학습 전 과정에서 금융안정성 위험을 최소화하는 '금융안정성' 원칙이다. 여섯째, AI 활용 시 금융소비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의성실' 원칙이다. 일곱째, AI 활용 시 보안성 기준과 점검·개선 체계를 마련하는 '보안성' 원칙이다.
가이드라인 시행일에 맞춰 거버넌스 원칙을 구체화한 '금융분야 AI 위험관리프레임워크'와 보안성 원칙을 구체화한 '금융분야 인공지능 보안 안내서'도 함께 배포된다. 또한 금융회사의 현장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소하기 위해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안내데스크'도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하반기부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계획이다. TF에서는 금융권 AX 추진을 위한 제도개선 필요 사항, AI 도입 시 리스크 관리 방안, AI 에이전트 테스트를 위한 시범사업 운영 방안 등 세부 과제를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