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서비스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을 아우르는 제2차 진흥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1차 계획(2021~2025년)의 성과와 한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해 마련됐다.
지난 5년간 부동산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와 종사자 수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2024년 기준 부동산업 생산액은 168조원으로 2019년 대비 17.5% 증가했고, 종사자 수는 65만5000명으로 같은 기간 17.5% 늘었다. 그러나 1차 계획의 목표치였던 생산액 186조원, 종사자 62만명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명성 지수도 2020년 30위에서 2024년 27위로 상승했지만, 목표치인 20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서비스산업은 몇 가지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민간 차원의 혁신 서비스 창출이 부족했다. 프롭테크 기업의 수와 투자액은 2019년 이후 정체됐고, 해외 진출 지원과 정책 펀드 확대 등은 장기 과제로 남았다. 또한 소비자 보호가 시급한 분양대행업 등 신규 업종의 법정화는 법체계 문제와 과도한 규제 우려로 지연됐다.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부동산 산업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2025년 상반기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감정평가협회, 개발협회, 한국프롭테크포럼, 중개사협회 등 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전문가 자문과 정책토론회를 거쳐 2차 기본계획을 완성했다. 이 계획은 '함께 누리는 부동산서비스, 일상의 혁신과 신뢰'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크게 세 가지 축에서 중점 과제를 추진한다.
첫 번째 축은 프롭테크 신산업의 혁신과 성장 지원이다. 정부는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을 AI 기반 지능형 시스템으로 전면 고도화한다. 현재 279종의 부동산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 플랫폼은 2026년부터 누구나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오픈마켓 방식으로 전환된다. 2027년에는 Open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데이터 제공 방식을 다양화하고, 2028년 로드맵 수립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AI 기반의 맞춤형 데이터 검색·추천, 자동 품질 관리, 데이터 융·복합 기능을 구현할 계획이다.
또한 프롭테크 기업 육성을 위해 실효성이 낮았던 우수 사업자 인증제를 상대평가 방식의 선정제로 개편한다. 기술력과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자금 지원, 투자 유치회 우선 참여, 공공사업 입찰 가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국토교통 혁신펀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상생협력기금을 연계한 정책 자금도 프롭테크 기업에 집중 투입된다. 신생·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에는 기업당 최대 6억원(정부 75% 이내)을 지원하고, 2026년에는 15개 기업에 기업당 2000만원 규모의 경영활동 컨설팅도 제공한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기업을 위해서는 정보 제공, 네트워크 구축, 기술 인증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두 번째 축은 전통 부동산산업의 구조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다. 부동산 중개업 분야에서는 불공정 행위 근절에 초점을 맞췄다. 신고-적발-처벌 전 과정을 촘촘히 정비하고, 사설 중개정보망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원룸과 오피스텔의 관리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중개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중개 대상물 표시·광고 규제를 합리화한다. 중개사의 손해배상 책임 한도도 상향 조정된다.
감정평가업은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감정평가기준원을 2028년까지 설립한다. 감정평가서에는 QR코드를 도입해 진위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고, AI 가격 산정 모델(AVM)을 고도화한다. 감정평가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육 과목을 확대하고 자격시험 체계도 개편한다. 자체 담보 평가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탁상감정(현장 조사 없이 책상 위에서만 하는 감정)도 제도화한다.
부동산 개발업은 자립 기반 확충이 핵심이다. 개발업 협회 주도로 마중물 펀드를 2028년까지 조성하고, 2029년에는 개발업 공제조합을 도입한다. 전문 인력의 경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PF 사업 통합관리 시스템을 2027년까지 구축한다.
리츠(REITs) 산업은 시장 건전성 강화와 활성화를 병행 추진한다. 이사회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올해 하반기에 마련하고,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을 통해 관리·감독을 내실화한다. 리츠정보시스템을 2026년 7월부터 개편해 공시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성과 연동형 보수 체계도 도입한다. 배당 분리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 기관 투자 확대 방침 마련, 프로젝트리츠와 지역상생리츠 활성화 방안도 추진한다.
분양대행업은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현재 법적 정의조차 없는 분양대행업에 대해 건축물분양법 개정을 통해 자격·의무·제재 규정을 마련한다. 비주택(오피스, 생활형 숙박시설 등) 분양대행자에 대한 교육 체계도 새로 만든다. 이 외에도 소비자 보호가 필요한 자유업종(자문업, 정보제공업 등)은 최소한의 요건과 교육 의무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장기 과제로 검토한다.
세 번째 축은 안전하고 투명한 부동산 거래 환경 조성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자계약 시스템의 대대적인 고도화다. 현재 전자계약 활용률은 2021년 3.16%에서 2025년 12.53%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시스템 노후화로 잦은 오류가 발생하고 전세사기 예방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2030년까지 차세대 전자계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임대차 재계약 기능을 추가하는 등 이용자 편의를 대폭 개선한다.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안심전세 앱'도 대폭 강화된다.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등기정보, 확정일자, 전입세대 확인서, 임대인 체납 정보, 신용정보 등을 한 번에 연계·분석해 전세 계약의 위험성을 진단해주는 임대주택 통합정보시스템이 2026년 하반기부터 구축된다. 이 정보는 공인중개사에게도 제공돼, 중개사가 예비 임차인에게 선순위 권리 규모를 명확히 설명하도록 의무화한다. 대항력 효력 발생 시점도 현행 '다음날'에서 '즉시'로 변경해 임차인 권리를 강화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최소보장제도 2026년 11월부터 시행된다. 경매가 종료된 후 피해자가 회복한 금액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경매 전에 보증금의 3분의 1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정산하는 선지급-후정산 방식도 도입해 신속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해진다. 이 서비스는 전세피해지원센터 8개소에서 시작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LH 지사로 단계적 확대된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AI 기술도 적극 활용된다. 이상 거래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에 AI를 접목해 개별적·조직적 전세 사고 위험 거래나 편법 증여 등의 위법 행위 패턴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조사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직거래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는 소재지, 면적, 가격 등 필수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허위 매물과 부당 광고를 금지하는 규정을 거래신고법 개정을 통해 신설한다. 법인이 부동산을 매도할 때는 설명 책임을 강화해 공유지분 쪼개기 형태의 기획부동산 사기를 예방한다.
정부는 이번 2차 기본계획이 부동산서비스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전세사기 등으로 실추된 국민 신뢰를 회복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각 과제별로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법령 개정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
주요 추진 일정을 살펴보면,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고도화와 데이터 오픈마켓 전환은 즉시 추진된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통한 불공정 행위 근절 체계 마련은 2028년까지, 감정평가기준원 설립은 2028년, 개발업 공제조합 도입은 2029년, 차세대 전자계약 시스템 구축은 203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연내 추진되는 주요 과제로는 분양대행업 법제화를 위한 건축물분양법 개정,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운영을 위한 부동산서비스법 시행령 개정, 전세피해자 최소보장제 시행령 개정, AI 기반 시장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부동산서비스산업을 단순한 거래 중개를 넘어 데이터와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프롭테크 산업 육성과 전통 업종의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업계, 전문가,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