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권이 손을 잡고 금융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AX)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오후 금융결제원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권 인공지능 전환(AX) 현장 간담회'를 열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금융 규율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KB지주, 우리지주, 신한카드, BC카드 등 주요 금융사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기업, 그리고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AI가 금융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빠르게 바꾸고 있는 만큼,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AI가 모든 산업의 틀을 바꾸고 있으며, 금융이 AI 혁신을 지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권이 쌓은 AI 경험이 금융산업뿐 아니라 실물산업 전체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부위원장은 AI 전환이 가져올 세 가지 변화를 제시했다. 첫째, 신속하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으로 의사결정 역량을 높여 서비스 개발을 가속화하고, 실물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금 공급을 효율화하는 '생산금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대안신용평가와 AI 에이전트 맞춤형 서비스 등으로 국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금융'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셋째,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징후를 정밀하게 잡아내고 잠재 리스크를 사전에 찾아내는 '신뢰금융'도 두텁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AI 시대 금융의 새로운 틀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AI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이 생겨서는 안 되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둘째, 책임 있는 혁신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며, AI가 의사결정에 관여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쏠림 현상이나 사이버 리스크 등 AI 특유의 위험은 속도와 규모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리스크를 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구체적인 추진 과제도 제시했다. 우선 기존 규제를 속도감 있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금융사에 적용된 보안용 망분리를 긴급히 완화하고, AI 학습을 막는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와 데이터 가명처리 관련 규제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AI의 행위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 이날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으며, AI 에이전트가 상품 추천, 가입, 결제까지 맡게 되는 만큼 업종 분류부터 AI의 책임과 권한까지 포함한 규율체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AI의 신뢰성과 책임소재 문제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AI 감독에 AI를 활용하는 등 전용 감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준비가 끝나는 대로 샌드박스 테스트를 통해 통제된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AI 전환 가속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대부분의 금융사는 대고객 서비스(챗봇)와 내부 업무 효율화에 AI를 활용하고 있었지만, 외부 서비스에서는 망분리·데이터 규제, 접근매체 인증, 책임소재, 업종 분류 등 규제 제약과 불확실성 때문에 AI 에이전트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유관기관과 연구원들은 데이터 활용, 금융결제 및 보안 리스크 등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업계와 함께 대응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발표된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업종과 업무에 관계없이 AI를 활용하는 모든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할 자율규제로, 7대 원칙을 제시했다. 7대 원칙은 ▲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거버넌스 ▲금융·인공지능 관련 법규 준수(합법성) ▲AI는 업무 보조수단으로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은 임직원이 수행(보조수단성)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모델 사용(신뢰성) ▲금융안정성 위험 최소화(금융안정성) ▲금융소비자 이익 우선(신의성실) ▲보안성 기준 및 점검·개선 체계 마련(보안성) 등이다.
개별 금융회사는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 AI 활용 범위, 서비스 위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 적용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고영향 인공지능' 등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및 시행령에서 규율하는 내용에 해당하는 경우 별도의 법적 의무가 발생하므로 관련 규제를 확인해야 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며, 같은 날 가이드라인의 거버넌스 원칙을 구체화한 '금융분야 AI 위험관리프레임워크'(금융감독원)와 보안성 원칙을 구체화한 '금융분야 인공지능 보안 안내서'(금융보안원)도 함께 배포된다. 금융회사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궁금증과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안내데스크'도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하반기부터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금융권 AI 전환 추진을 위한 제도개선 필요사항, AI 도입 시 리스크 관리 방안, AI 에이전트 테스트 추진을 위한 시범사업 운영 방안 등 세부 과제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