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규칙 중 경쟁을 제한하거나 소비자의 권익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정 총 233건을 개선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개선 작업은 공정위가 각 지자체와 협업하여 이루어졌으며,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거나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한 규제,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한 조항들을 발굴해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선된 과제는 유형별로 ▲진입제한 규제 36건 ▲사업자차별 규제 34건 ▲경쟁능력제한 규제 3건 ▲소비자권익저해 규제 160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개선 과제 중 51건은 지자체가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 자발적으로 개선한 사례여서 의미를 더한다. 공정위는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합동평가와 연계해 지자체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올해도 다양한 과제를 발굴해 개선을 이어갈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진입제한 규제 완화다. 일부 지자체는 농산물 도매시장에 진입하려는 법인에게 요구하던 자본금 규모를 기존 2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낮췄다. 이는 실제 사업자 수요와 지자체 여건을 반영한 조치로, 청과부문 도매시장에 새로 진출하려는 업체들의 문턱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또한 자동차대여사업 등록을 위해 보유해야 하는 최소 차량 대수도 기존 20대에서 10대로 완화돼, 소규모 업체도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자체 사무를 민간에 위탁할 때 수탁자를 선정하는 방식도 개선됐다. 그동안 일부 지자체가 조례에 ‘위탁 가능’이라고만 규정해 자의적으로 수탁자를 정할 여지가 있었으나, 앞으로는 ‘공개경쟁을 원칙’으로 하도록 명시했다. 이로 인해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더 많은 사업자가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사업자차별 규제 분야에서는 관광기념품 제도가 대표적이다. 일부 지자체는 관광기념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개발자나 제작자가 반드시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사업자의 능력과 무관하게 타 지역 업체의 참여를 원천 배제하는 차별 요소였다. 개선 후에는 ‘지역의 특성과 관광자원을 활용하여 개발·제작’하는 조건으로 바뀌어, 제품의 품질과 가격, 서비스로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능력제한 규제 중에는 지자체가 지역 건설업체나 석재업체 간 ‘불필요한 과당 경쟁을 자제하라’고 규정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런 조항은 사실상 업체 간 경쟁을 억누르고 담합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문구를 변경했다. 이를 통해 업체들이 자유롭게 영업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소비자 권익과 관련해서는 가장 많은 160건이 개선됐다. 특히 지자체가 운영하는 청소년시설, 체육시설, 평생교육학습원 등 주민편익시설의 사용료 반환 규정이 대폭 손질됐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취소하는 경우에만 사용료 반환 절차가 명시돼 있었고, 시설 운영자 귀책사유로 이용자가 정상적으로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 경우에 대한 규정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운영자 귀책사유로 인한 사용료 미반환 문제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준용해 해결하도록 해, 지역 주민의 권리가 한층 보호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올해 개선된 자치법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고, 2026년에도 사업자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막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례·규칙을 지속적으로 발굴·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권익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