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최근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 지역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지난 53년(1973∼2025년)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30℃씩 상승해, 2025년은 2024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연평균기온(13.7℃)을 기록했다. 최근 3년(2023∼2025년)이 역대 연평균기온 1∼3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있다.
월별 기온 변화를 보면 2∼3월, 9월, 11월의 상승 폭이 특히 컸다. 특히 3월과 11월은 월평균기온이 10℃에 근접해 있어, 이 두 달의 기온 상승이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이 사용하는 트레와다(Trewartha) 기준에 따르면, 최한월 평균기온이 18℃ 이하이면서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이면 아열대 기후로 분류된다.
평년(1991∼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은 월평균기온 10℃ 이상인 달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에 그쳐 온대 기후에 해당했지만, 최근 변화는 뚜렷하다. 30년 단위 분석에서는 1981∼2010년 제주와 남해안 13개 지점에서 아열대 조건을 만족했고, 1991∼2020년에는 울산이 추가돼 14개 지점으로 늘었다.
10년 단위로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변화 속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14개 지점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광주가 추가되며 15개 지점으로 늘었다. 최근 10년(2016∼2025년)에는 동해안의 울진과 강릉이 새롭게 합류해 총 17개 지점에서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했다. 이는 11월 평균기온이 10℃를 넘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동해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주(9.5℃), 대구(9.5℃), 영덕(9.9℃), 속초(9.6℃) 등 남부내륙과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도 11월 평균기온이 10℃에 매우 근접해, 아열대 기후 특성이 남해안에서 남부내륙과 동해안으로 북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부지방(보령, 청주, 대전)에서도 아열대 조건에 근접하는 변화가 확인됐다.
또 다른 특징은 3월의 기온 상승이다. 최근 10년간 춘천, 원주, 충주, 청주, 대전, 구미, 영천, 합천, 밀양 등 내륙 지역에서는 과거에 현저히 낮았던 3월 평균기온이 11월 평균기온과 비슷하거나 높아졌다. 이는 향후 3∼10월 평균기온이 10℃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아열대 기후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금은 온대 기후가 우세한 중부지방도 이른 봄부터 따뜻해지는 형태로 아열대 특성이 빠르게 강화될 수 있다.
미래 전망은 더욱 충격적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 기반의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 분석 결과,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에는 전남, 경남, 해안 지역과 일부 대도시에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의 경우 내륙으로 다소 확대되는 데 그치지만, 고탄소 시나리오(SSP5-8.5)에서는 강원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이러한 기후 변화가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폭염, 호우, 가뭄 등 극한 현상과 함께 작물 재배 지역, 동물 서식지, 식물 생장, 어류 등 생태계 환경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최근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폭염, 호우, 가뭄 등이 빈번해지면서 기후위기가 현실화됐다”며 “기상청은 기후변화 현황과 특성을 면밀히 감시하고 미래 전망을 예측해 기후위기에 대한 사전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번 분석이 기후학적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며, 실제 해당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전환됐는지는 생태계 환경 변화를 고려해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는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