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가정용 보일러 등 난방기기 제조 1위 업체인 ㈜경동나비엔에 대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경동나비엔은 2021년 6월 17일부터 2024년 6월 14일까지 98개 협력업체(수급사업자)에 점화트랜스, 난방공급관, 온도센서, 온도퓨즈 등 다양한 부품 제조를 맡기면서 총 436건의 단가합의서에 원사업자나 수급사업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도장 찍음)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가합의서는 납품 단가를 정하는 중요한 문서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3조에 따라 반드시 거래 양쪽 당사자가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어 수급사업자에게 건네야 한다. 법이 이렇게 정한 이유는 나중에 계약 내용을 둘러싼 분쟁이 생겼을 때 명확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수급사업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동나비엔은 단가합의서 서명란에 직인(회사 도장)을 찍지 않거나,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실무자가 자기 이름만 적어 보내기도 했다. 또 일부 단가합의서는 처음부터 원사업자의 서명란이 아예 없이 수급사업자 서명란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가 마련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지침'은 양쪽 당사자의 기명날인이 없는 서면을 내준 경우를 '서면 미발급'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이 반복적으로 이런 위반 행위를 저지른 점을 감안해 앞으로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했다. 다만 현행법상 과징금 상한이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비해 낮아 제재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정액 과징금 부과 기준 금액을 높이고 과징금 부과 기준을 합리화하는 내용의 과징금 제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0일까지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과징금 부과율과 기준 금액을 현행보다 높였다. 예를 들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경우 현행 부과 기준율 60~80%에서 90~100%로, 부과 기준 금액도 9억~20억 원에서 18억~20억 원으로 상향했다. '중대한 위반행위'도 부과율 40~60%에서 75~90%로, 기준 금액 2억~9억 원에서 15억~18억 원으로 올렸다.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도 부과율 20~40%에서 40~50%로, 기준 금액 4000만~2억 원에서 4000만~10억 원으로 조정했다.
이번 조치는 하도급 거래 현장에서 관행처럼 이뤄져 온 불완전한 서면 발급 행태를 적발해 제재한 사례다. 공정위는 원사업자들의 경각심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서명 누락 등 서면 미발급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한편 경동나비엔은 2024년 기준 매출액 1조 2469억 원을 기록한 가정용 난방기기 제조 업계 1위 사업자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자산 총액과 매출액, 당기 순이익 모두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구체적으로 2019년 자산 총액 4616억 원, 매출 6554억 원, 당기 순이익 204억 원에서 2023년 자산 총액 7453억 원, 매출 9950억 원, 당기 순이익 463억 원으로 성장했다.
공정위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위반 행위의 정도에 걸맞은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돼 법 위반을 억지하는 효과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