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전기설비, '안전 우수제품'이라더니"… 대규모 규격미달 제품 납품비리 적발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는 저가의 규격미달 전기설비를 특허를 받은 고가의 우수조달물품으로 속여 수년간 전국 군부대에 납품한 업체를 적발하고 국방부, 경찰청, 조달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고 9일 밝혔다.

우수조달물품은 중소기업과 초기 중견기업이 개발한 신기술 제품이나 특허·실용신안이 적용된 제품 중 조달청장이 심사해 지정하는 물품이다. 해당 업체는 제품을 직접 생산해 납품해야 하지만, 무자격 업체가 만든 저가의 규격미달 제품을 군부대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는 전기설비 제조업체 ㄱ업체가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배전반과 분전반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다른 업체의 저가 제품을 군부대에 납품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배전반은 변전소에서 받은 전기를 건물 전체나 큰 구역 단위로 나눠주는 장치이고, 분전반은 이를 다시 각 층과 개별 설비로 세분화해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ㄱ업체의 우수조달물품은 전기회로별 전압·전류·온도 측정, 전력품질 감시, 감전 방지 기능을 갖춘 특허 제품이었다.

국민권익위는 신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ㄱ업체와 계약한 다른 군 부대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국방부 직할 부대와 육군·해군·공군 등 12개 부대의 80건 계약을 표본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80건 모두에서 납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ㄱ업체는 우수조달물품을 직접 생산해야 함에도 무자격 업체가 생산한 규격미달 저가 제품을 납품했다. 또한 납품 이후 군의 검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군 시설에는 격납고, 통신시설, 지휘통제시설 등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곳이 포함돼 전기설비 검수는 장병 안전과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아울러 국방부가 계약 발주를 위한 설계단계에서부터 ㄱ업체의 제품번호 등을 특정한 정황도 확인됐다. 국방부 규정에 따르면 특정 제품을 선정해야 할 경우 별도의 의사결정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 없이 제품을 지정한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 외에도 ㄱ업체의 군부대 부정납품 규모는 58개 부대에서 총 195건의 계약, 약 17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권익위는 실태조사 결과 드러난 납품 비리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추가 비리 적발을 위해 신고사건을 경찰청 등에 이첩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사전 심의 절차 없이 특정 제품을 설계단계에서 명시하지 않도록 관련 절차 강화 ▲조달우수제품의 이미지·영상 자료와 일반제품과 구분되는 특징에 대한 상세 설명을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확인 가능하도록 개선 ▲납품 검수 단계에서 우수조달물품 특징 확인을 의무화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국방부와 조달청에 권고했다.

국민권익위 이명순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국가의 튼튼한 안보를 위해 군 시설의 안전과 관련된 납품비리는 더욱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우수조달물품 지정제도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러한 납품비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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