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신종 피싱 범죄 ‘의심계좌’ 즉시 묶는다
오는 6월 하순부터 로맨스스캠이나 투자사기 등 새로운 형태의 피싱 범죄에 이용된 의심계좌를 즉각 임시정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금융회사와 수사기관이 협력해 범죄 유형에 상관없이 의심 거래가 포착되면 선제적으로 자금 인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경찰청,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주요 금융협회 및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권 보이스피싱 근절 협의회’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회는 그동안 수시로 열리던 금융권 협업 채널을 정례화해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출범했다.
기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전통적인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만 신속한 임시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재화나 용역 거래를 가장한 신종 스캠 범죄의 경우 금융회사가 실제 거래 관계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적극적인 계좌 정지 조치를 내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과 논의를 거쳐 관련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금융권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제정했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자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이나 피해자 신고 등을 통해 사기 범죄가 의심되는 계좌를 인지하면 범죄 유형을 가리지 않고 최대 72시간 동안 입출금을 임시 차단하게 된다.
이후 경찰이 해당 건을 신종 피싱으로 확인해 금융회사에 통지하면,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해당 계좌주를 강화된 고객 확인 대상으로 분류하고 7일간 임시 거래정지 조치를 취한다. 금융정보분석원의 검토를 거쳐 범죄 연관성이 높다고 인정되면 최대 60일까지 본정지가 가능해지며, 해당 기간 경찰은 집중적인 수사와 범죄수익 환수에 나선다.
신종 피싱과 대포계좌를 명확하게 잡아내기 위한 금융권 공동의 FDS 탐지 시스템도 대폭 고도화된다. 당국은 그동안 피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대포계좌와 신종 범죄의 거래 패턴을 분석해 신종 피싱 관련 6종, 대포계좌 관련 9종의 ‘공동 탐지룰’ 시안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6월부터 7월까지 업권별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확성을 검증한 뒤 올해 3분기 중 최종 공동률을 확정해 은행권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호금융, 금융투자, 보험 등 다양한 업권의 특성에 맞게 FDS 운영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분기별로 탐지 실적을 분석해 대응 인력 구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혁신을 촉진하는 기회이지만, 새로운 유형의 사기범죄들이 정교화되는 이면을 갖고 있다”며 “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금융권이 유기적으로 대응해 피싱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