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7일(현지시간) '공공재정 회복(Restoring Public Finances)'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공공재정회복 포럼과 제48차 OECD 고위예산당국자위원회 연례회의에서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OECD는 코로나19 대응, 고령화 심화, 의료·연금 지출 증가, 국방비 확대 등으로 회원국들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OECD 국가들의 국가채무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GDP 대비 평균 73%에서 2024년 약 110%까지 상승했다. 국가채무 이자지출도 2020년 GDP 대비 1.9%에서 2025년 3.3%로 증가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OECD 회원국들이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추진 중인 재정개혁을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구분했다. 첫째는 오스트리아 사례와 같이 전 부처·전 분야를 대상으로 지출 증가율을 전반적으로 억제하는 '종합적 전략'이다. 각 부처가 재정절감 목표를 함께 분담하는 방식으로, 연금·가족지원·환경보조금 등 주요 분야의 지출을 조정하고 정부 운영 전반의 지출 절감을 병행한다.
둘째는 캐나다 사례처럼 정책 우선순위를 대폭 재조정하면서 경상지출을 중심으로 효율화를 추진하는 '선택적 전략'이다. 캐나다는 정부 운영비와 프로그램 지출을 감축하는 대신 미래 성장과 직결되는 투자 분야는 유지·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정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셋째는 덴마크·아일랜드·노르웨이·스웨덴 등이 추진 중인 '구조적 개혁'이다. 단기적인 지출 삭감보다는 노동시장 참여 확대, 공공부문 디지털화, 행정 효율화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OECD 국가들이 급증하는 사회지출에 대응하기 위해 연금·의료·장기요양 분야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OECD 국가들의 연금 지출은 2023년 기준 GDP 대비 평균 9.4%로 가장 큰 재정지출 항목 중 하나이며, 고령화 심화로 향후 재정 부담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정년 및 연금 수급연령 상향, 보험료율 인상, 자동조정 장치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벨기에는 2030년까지 법정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할 계획이며, 덴마크는 2040년부터 정년을 69세에서 70세로 높일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33년까지 13%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OECD 국가들은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통해 연금 재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실업급여 분야에서는 급여 수준 축소, 수급 요건 강화, 부정수급 통제 강화 등을 통해 재정 누수를 줄이는 방향의 개혁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청년·여성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고용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의료 및 장기요양 분야 역시 OECD 국가들의 대표적인 재정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분야 지출은 2023년 기준 OECD 평균 GDP 대비 약 7%로, 가장 큰 재정지출 분야 중 하나로 분석됐다. 주요국들은 고가 의약품 및 시술에 대한 관리 강화, 입원 중심 의료체계의 외래 중심 전환, 예방의학 및 조기진단 확대 등을 통해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일본은 약가 조정과 의약품 가격 통제 강화 등을 통해 제약지출 증가세를 관리하고 있으며, 여러 국가들은 자기부담금 확대와 민간보험 활용을 통해 공공재정 부담을 분산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와 행정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확대되는 추세다.
장기요양 분야에서는 시설 중심 돌봄에서 재가 중심 돌봄으로 전환하고, 수급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혁이 진행 중이다. 독일은 돌봄 인력의 역할 확대와 행정절차 간소화를 통해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공공·민간 역할 재조정을 통해 재정 부담을 분산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부담 증가에 대응한 구조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다. OECD 국가들은 고등교육 분야에서 공공재원 의존도를 낮추고 비정부 재원 분담을 확대하는 한편, 학생 수 감소에 맞춰 학교 및 학급을 통합 운영하는 방향의 개혁을 추진 중이다. 교육행정 효율화와 디지털 교육체계 전환 등을 통해 전반적인 교육시스템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공공행정 분야에서도 인력 최적화, 조직 통폐합, 디지털 행정 전환 등을 통해 정부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 간 기능 재배분, 지방정부 교부금 개편, 재정조정제도 개편 등을 통해 중앙·지방 간 재정관계 효율화를 추진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OECD 국가들이 재정건전성 회복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현재 추진 중인 재정개혁은 대체로 점진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령화·저성장·안보비용 증가 등 구조적 재정 압박을 감안할 때 보다 과감한 구조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OECD 보고서가 최근 주요국의 재정개혁 흐름과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향후 우리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 효율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적극 참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