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재난지원인가 보험인가…지수형 보험의 ‘형평성’ 숙제
기후위기가 상시화되면서 보험산업이 ‘속도’와 ‘형태’ 모두에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기후위기 속 ‘지수형(index-based) 기후보험’은 신속지급과 행정효율로 차세대 재난대응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피해자별 손실과 보상 간 정합성, 지역별 특성 반영의 어려움 등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지수형 보험은 기온·강수량·풍속 등 특정 기후지표가 사전에 설정된 기준치를 초과하면 개별 피해조사 없이 보험금이 자동 지급되는 구조다. 절차가 간소하고 행정 효율성이 높지만, 실제 손실보다 많은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 본연의 ‘손해보상 원리’와 다르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보험관련 전문가들은 한국 지수형 보험이 안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 번째 한계는 기후변화가 이미 예측 불가능한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도입이 추진되면서 계리 기반 통계와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위험률 산정이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라며 “실손형 보험의 손해평가 비용과 지수형 보험의 트리거 설정 비용 중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하나는 보험 본질과의 괴리다. 지수형 보험은 ‘실손보상’이 아닌 ‘조건 충족 보상’ 구조이며, 이에 따라 실제 피해가 거의 없는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거나 반대로 큰 피해를 입은 가입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한 보험업계 담당자는 “지수형 보험은 트리거 충족 시 정액으로 보전하는 구조로, 실제 손실이 10만원이라도 7만원만 지급하는 형태를 검토 중”이라며 “초과보상 우려는 지급률(70~80%) 조정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실질 피해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제도 설계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같은 폭우라도 지역의 배수 인프라나 방재 수준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다르지만, 지수형 보험은 이를 세밀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도섬 긴급출동처럼 특정 구역에 비용이 증가한다고 특정 지역에 차등요율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전국 단위로 통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수형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예산 축소도 걸림돌이다. 환경부는 내년도 지수형 기후보험 시범사업 예산으로 100억원을 요청했지만, 실제 반영된 금액은 3억원에 그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와의 TF에서는 요율이 아닌 담보 구조와 상품 설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지자체 시민안전보험과 연계한 보험료 지원 모델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런 구조가 지속될 경우, 지수형 보험이 ‘피해 구제’보다 ‘일괄 지원’의 성격으로 변질될 수 있다. 재난지원금이 피해 정도와 무관한 일괄 지급 방식으로 형평성과 상징성 논란을 낳았던 것처럼, 지수형 보험 역시 비슷한 구조적 한계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도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보다 피해가 크지 않은 가구의 체감 혜택이 더 컸던 사례처럼, 지수형 보험도 동일한 기후 트리거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피해가 거의 없는 가입자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도 지수형 보험이 전통적인 손해보험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정부·지자체·보험사가 함께 위험을 분담하는 협력적 구조로 정착해야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지수형 보험은 ‘속도’보다 ‘정확성과 균형’이 우선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위험관리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책보조성과 보험자율성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설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