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름 신뢰" vs "위험 신호"... 자동차전용도로 추돌사고 과실비율 판결의 쟁점
야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고장으로 정차한 차량을 뒤따르던 차량이 추돌한 사고와 관련, 법원이 후행차량의 책임을 80%로 판단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월 서울 강동구 편도 4차로 도로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단순한 과실 다툼을 넘어 자동차전용도로의 특수성과 운전자의 주의 의무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5나10308)이 내린 판단의 핵심은 선행 트럭의 급작스러운 차선 변경을 위험 신호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속한 후행차량의 행동에 보다 무거운 책임을 물은 점이다. 법원은 앞차와의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방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또 선행 차량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는 즉시 속도를 줄이고 장애물 가능성을 재평가했어야 한다고 봤다.
반면 고장 차량은 야간에 비상등도 작동하지 않는 '무등화' 상태로 주행 차로 가장자리에 정차해 있었고, 차량 색상마저 검은색이어서 후행 차량의 시야 확보를 어렵게 한 점이 인정돼 20%의 책임을 부담하게 됐다. 특히 당시 후행차량은 대형 트럭 바로 뒤를 따라가고 있어 시야가 상당 부분 차단된 상태였다. 이처럼 복합적인 환경 요인이 사고 발생에 기여한 점은 보험사 과실비율 산정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로 평가된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자동차전용도로 사고 처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분석한다. 기존에는 단순히 '후행차량의 전방 주시 의무 소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자동차전용도로의 '흐름 신뢰'와 예외 상황에서의 '위험 신호 해석' 사이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앞차가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는 순간, 운전자는 더 이상 도로 흐름이 정상적이라는 기대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지닌 특수성—야간, 무등화, 검은색 차량, 대형 트럭에 의한 시야 차단, 자동차전용도로라는 고속 흐름 공간—이 모두 결합된 극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이 선행 트럭의 회피 움직임을 후행차량이 인지했어야 할 '위험 신호'로 본 것은 맞지만, 실제 회피 가능 시간과 거리가 물리적으로 충분했는지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했다는 의견도 있다.
향후 유사 사고에서는 정차 차량의 가시성, 선행 차량의 회피 움직임 정도, 후행차량이 위험을 다시 인식할 수 있었던 시간과 거리 등이 과실비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동차전용도로 사고 조사와 손해사정 과정에서 보다 정밀한 환경 분석을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