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동물 ‘10만’… “반려동물 병원비가 가장 두려워”
반려동물 양육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은 여전히 보호자가 감당해야 할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정부는 공익형 표준수가제와 공공동물병원, 펫보험 활성화 논의를 시작했지만 진료비 표준화와 가격통제 사이의 경계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은 29.2%로 조사됐다. 최근 1년 이내 동물병원을 이용한 경험은 95.1%였고,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12만1000원이었다. 이 가운데 병원비는 월평균 3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같은 평균 병원비가 실제 보호자의 부담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방접종이나 단순 진료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끝날 수 있지만, 검사와 수술, 입원, 만성질환 관리가 겹치면 비용은 한 번에 커진다.
동물병원별 진료비 차이도 여전하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전국 동물병원 3950곳을 조사한 결과, 초진진찰료 평균은 1만520원이었지만 병원별 고지금액은 최저 1000원에서 최고 6만1000원까지 차이를 보였다.
반려동물 보호자 사이에서는 “아프면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반려동물 치료비를 지출한 양육자는 70.2%였고 평균 치료비는 146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100만원 이상 치료비를 지출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6.2%에 달했다.
대안으로 펫보험이 거론되지만 아직 병원비 부담을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 펫보험 인지도는 91.7%였지만 가입률은 12.8%에 그쳤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제 펫보험 가입률이 등록 반려동물 기준으로는 1~3%대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비 부담은 양육포기 고민과도 연결된다. 농식품부의 ‘2025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17.9%가 양육포기 또는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실·유기동물 규모도 여전히 크다. 농식품부의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10만6824마리였다. 유기동물 1마리당 보호비용은 평균 43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31.4%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동물의료제도 개선 전담반’을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 방안, 공공동물병원 조성, 펫보험 활성화 등을 포함한 동물의료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병원비보다 어떤 진료가 어떤 기준으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체계가 먼저 필요하다”며 “진료 항목 표준화와 청구 데이터 축적이 이뤄져야 보험료 산정과 보장 확대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