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옥의 보험 읽어주는 사람] 보험료는 왜 이렇게 빠르게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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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의뢰받아 상품을 설계하고 보험료를 산출하다 보면, 필자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 몇 년 전만 해도 비슷한 보장을 지금보다 훨씬 낮은 보험료로 준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같은 상품을 설명하면서도 먼저 고객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

특히 자녀보험이나 건강보험을 상담할 때면 “보험료가 왜 이렇게 많이 올랐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보험설계사인 필자조차 체감할 만큼 보험료는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고객들은 흔히 보험료가 오르는 이유를 손해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고가 치료가 많아질수록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료를 결정하는 데에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

바로 ‘예정이율’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앞으로 운용하면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예상하는 이율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이 정도로 굴릴 수 있겠다”고 예상하는 기준금리 같은 개념이다. 예정이율은 보험료를 산출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정이율이 높으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운용해 더 많은 이자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에, 처음부터 많은 보험료를 받을 필요가 줄어든다. 반대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투자수익으로 메울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같은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더 많은 보험료를 받아야 한다.

조금 쉽게 생각해 보자. 보험사는 고객에게 매달 보험료를 받아 그 돈을 국공채나 회사채 같은 채권, 여러 금융자산 등에 투자해 장기간 운용한다.

만약 보험사가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지금 받는 보험료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미래의 운용수익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보험사 역시 과거처럼 안정적인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받는 보험료 자체를 높일 수밖에 없다. 예정이율이 낮아질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연 7~8% 금리가 낯설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은행 예금만 맡겨도 돈이 불어나던 시대였다.

보험사 역시 비교적 높은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고, 예정이율 또한 지금보다 높게 적용됐다. 그만큼 보험료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과거에 비해 낮아졌고, 보험사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예정이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보험료는 점점 상승하게 된다. 여기에 평균수명의 증가도 보험료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오래 살게 됐고 의료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예전에는 치료하지 못했던 질병들도 이제는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가능해졌다.

고객 입장에서는 분명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간이 더 길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보험료 산출 구조는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있다가 가입할게요.” “나중에 필요하면 준비하죠.”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다.

매달 나가는 보험료는 생활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은 대부분 ‘필요해진 뒤’에는 가입이 어려워진다.

건강이 나빠지거나 병력이 생기면 가입 자체가 제한되거나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여기에 예정이율까지 낮아지는 시기라면 같은 상품도 시간이 지나며 보험료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오늘의 보험료가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상황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준비하는 일이다. 보험은 오랜 시간 유지해야 의미가 생기는 약속이다.

지나치게 무리한 보험료는 결국 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꼭 필요한 보장을 지나치게 늦게 준비하면 더 높은 비용으로 가입하거나 아예 가입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보험료가 산출된 화면을 바라보며 매번 고민한다. 이 보험료가 누군가에게는 생활비의 일부고,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대비한 불안의 비용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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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보험신문 ✓ 협약 승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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