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했다. 국가데이터처가 공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고령 인구는 1051만명을 돌파했으며,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요양·간병·주거를 아우르는 시니어케어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집계 결과, 관련 시장 규모는 2018년 8조원에서 2022년 14조5000억원으로 불어났고, 서비스 이용자 수는 연평균 12.7%씩 증가했다.
정부는 중산층 고령자를 격차 해소를 위해 새로운 주거 모델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고령자돌봄주택 특별법안’은 일본의 ‘서비스 제공 고령자용 주택(사코주)’과 유사한 구조를 띤다. 거주비와 서비스 이용료를 분리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필요시 외부 재가요양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도 한국주택협회 및 건설사와 간담회를 열어 실버스테이 등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한계를 개선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장기 임대 의무, 임대료 상한(5% 이내) 등 촘촘한 규제로 인해 첫 입주가 2029년으로 예상되는 등 시급한 수요 대응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보험업계는 전통 시장 포화를 타개할 전략으로 시니어케어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실버주택 운영 자회사 설립과 요양 부대업무 범위를 확대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특히 부수 업무에 재가요양기관 설립이 포함돼 자택 방문 돌봄까지 가능해졌다. 보험사들은 기존 현금 지급형 상품에서 벗어나 요양시설 입소권, 주야간보호센터 이용 혜택, 전문 간병인 방문 서비스 등 현물급여 형태로 보장을 제공하는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 금융상품을 넘어 건강관리·요양·주거를 통합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은 여전히 높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정원 30명 이상 요양시설에 대해 토지와 건물 자가 보유를 의무화하고 있어, 도심 내 대규모 부지 매입에 막대한 초기 비용이 소요된다. 임차 방식이 원천 차단되면서 대형 금융사조차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또한 보험업계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아래에서 부동산 투자와 자회사 출자는 위험 가중 자산을 늘려 킥스 비율을 하락시킨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권고 기준을 150%에서 130%로 낮췄지만, 업계에서는 시니어케어 인프라 투자 특성을 반영한 별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니어케어 산업이 금융·부동산·의료가 결합된 복합 생태계로 진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주거 법제화와 보험업계의 서비스 다각화가 맞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 대응과 돌봄 인프라 확충이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려면, 공공성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민간 투자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규제 합리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지 소유 의무 임차 허용, 킥스 규제 특례 등이 대표적인 개선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