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집약형 재보험, 보험사 역마진·자본부담 완화 방안으로 ‘부상’

자산집약형 재보험, 보험사 역마진·자본부담 완화 방안으로 ‘부상’

자산집약형 재보험, 보험사 역마진·자본부담 완화 방안으로 ‘부상’
고금리 확정형 보험에서 발생하는 이차역마진으로 보험사의 자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자산집약형 재보험(Asset-Intensive Reinsurance, AIR)’이 자본 효율성 제고와 자산운용 수익률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자본관리 전략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진 만큼, 국내 보험업계도 AIR 거래를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보험연구원은 17일 발표한 보고서(‘자산집약형 재보험의 성장과 시사점’)에서 AIR을 투자 위험 이전을 주목적으로 하는 재보험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 정의에서 AIR은 일부 보험 위험과 상당 부분 투자 위험을 함께 이전하는 재보험계약으로, 주로 연금보험에 대한 거래가 이뤄진다.
원보험사는 거래상대방위험(재보험사의 채무불이행 위험)과 환수위험(재보험사의 자산·부채를 재회수함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탁 형태의 담보 약정을 체결해 자산을 이전하거나, 계정분리 형태로 자산 관리만을 재보험사에 맡기고 있다. 거래 형태는 과거 판매한 보험계약을 한꺼번에 넘기는 ‘블록형’과, 신규 계약까지 포함해 지속적으로 이전하는 ‘플로우형’으로 나뉜다.
AIR 거래가 성사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원보험사의 자본 부담이 높은 보험계약의 이전을 통한 자본관리 ▲재보험사의 자산운용 확대 ▲국가 간 규제 차이를 활용한 역외거래 등이 꼽힌다. 원보험사는 이차역마진이 발생하는 계약을 이전해 자본을 확충하고 변동성을 낮출 수 있으며, 재보험사는 신규 계약 체결 비용 없이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운용자산을 확대해 자산운용을 통한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AIR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별 규제 차이를 통해 자본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역외로 자산을 이전하는 거래, 즉 역외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AIR 시장이 가장 발달한 국가로, 버뮤다 중심의 역외거래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장기화 속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 필요성과 글로벌 사모펀드의 보험산업 진출 등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또 버뮤다, 케이맨 제도 등 지역에서 시행되는 ‘시나리오 기반 접근법(SBA)’은 자산 수익률을 반영해 부채를 할인할 수 있는 구조의 역외거래로, 고수익 자산에 투자할 때 자본 부담을 완화하며 성장 동력이 됐다.
영국은 연금 수요 확대에 따른 자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역외거래 중심의 AIR을 통해 투자 위험을 이전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사모펀드와 제휴를 맺고 AIR을 성사시켜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연금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초기 AIR이 고금리 보유계약 중심의 일회성 블록 거래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신규 계약을 대상으로 하는 플로우형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며 시장 구조가 다변화되고 있다.
일본 AIR 시장 성장의 직접적인 요인은 올해 3월 시행된 ‘경제적 가치 기반 지급여력비율(Economic Value-Based Solvency Ratio, ESR)’ 제도다. ESR하에서는 보험 부채의 가치평가가 원가에서 시가 방식으로 전환돼, 금리 위험에 따른 보험사의 자본관리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보험사들은 인구 고령화와 금리 상승으로 늘어난 연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IR을 통해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려고 했다. 나아가 AIR을 통해 생긴 여유자본을 활용해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 성장 기회를 확보하려고 했다.
보고서는 “기본자본 중심의 자본관리 필요성이 강조되고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의 AIR 성장 동인은 우리나라 보험사가 직접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사례”라고 짚었다. 국내 보험사는 블록형 거래를 통해 역마진이 발생하는 고금리 확정형 보험을 재보험사에 이전해 기본자본비율을 확보할 수 있고, 플로우형 거래를 통해서는 연금 등 저축성보험의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들의 노후 소득 보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리스크관리 강화는 전제 조건으로 제시됐다. 자산집약형 재보험 성장의 한 축이 사모신용 등 대체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에 있었던 만큼, 최근 사모신용 시장의 건전성 악화 우려가 과제로 꼽혔다. 보고서는 “보험사는 AIR 거래 시 환수위험과 거래상대방위험을 비롯해 시장 불안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리스크관리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AIS는 자산집약형 재보험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거래별 위험평가와 공시 투명성 제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한 원보험사의 지급여력 확인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AIR 거래는 이차역마진 부담 완화, 자본관리 효율성 및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보험사의 전략적·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외국계 재보험사 국내 지점의 국내자산 보유의무처럼 AIR 시장 활성화의 제약이 될 수 있는 제도에 대해서도 보험계약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의 균형 속에서 개선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