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멈춰 있던 경기도 고양시의 한 재개발 사업이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적극적인 중재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문제가 된 곳은 고양동 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다. 이 구역은 2006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2009년 정비구역으로 최종 지정된 후 17년 동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구역 한가운데에 군사시설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역 내에는 군 간부들이 사용하던 관사와 숙소 부지, 그리고 군 복지시설인 ‘제일회관’이 포함되어 있었다. 재개발을 추진하려면 이 부지들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었다. 재개발조합은 군 복지시설을 포함한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민간 사업자가 군에 대체 시설을 지어 기부하고, 그 대가로 기존 부지를 받아 개발하는 대규모 토지 개발 방식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관련 훈령을 근거로 민간 사업자인 조합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관사와 간부 숙소 건물이 2025년 11월에 철거돼 나대지 상태가 되면서 조합은 이 부지를 매입해 사업을 재개하려 했으나, 국방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사업이 장기간 중단되면서 건축물은 갈수록 노후화되고 기반시설도 낙후돼 주민들의 주거 안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집단민원이 지속되자 청와대와 국민권익위가 직접 나섰다. 지난 13일 주진우 청와대 공공갈등조정비서관 주재로 재개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살핀 뒤, 곧바로 국방부, 제1군단, 고양시, 그리고 조합 관계자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안 조정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도출됐다. 우선 국방부는 정비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정비구역 남쪽에 있는 군 복지시설(제일회관)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 즉 이미 철거가 완료된 관사와 간부 숙소 부지를 ‘일반재산’으로 전환해 조합에 우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용역 결과에 따라 민간 사업자도 ‘기부 대 양여’ 사업의 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고양시도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다. 국방부와 조합이 군사시설 매각 방안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면, 정비계획 변경 등 필요한 인·허가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는 이날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 이행 방안을 조율해 오는 6월 중 관계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최종 조정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조정서가 나오면 집단민원도 함께 해소될 전망이다.
청와대 주진우 공공갈등조정비서관은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열악한 주거 환경을 견뎌온 주민들의 주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전향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 임진홍 집단갈등조정국장도 “재개발구역 중앙에 위치한 군사시설 처분은 민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공공영역의 문제”라며 “오늘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조합해 합리적인 조정안을 마련해 사업 정상화의 물꼬를 트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으로 고양동 1-1구역 주민들은 17년 만에 재개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관계기관 간 협의를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매각과 행정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