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복지급여를 받기 위해 일일이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복지제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던 '신청주의'를 대폭 개선해, 대상자임이 확인되면 신청 절차 없이 자동으로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5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을 보고하고, 기존의 수동적 복지에서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최근 발생한 위기가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복지제도 운영 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한 결과 마련됐다.
도움이 필요해도 스스로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발굴-개입-지원·관리 단계별로 빈틈을 메운 '복지안전매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발굴 단계: 위기 징후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
우선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이 한층 정밀해진다. 기존에는 전기나 수도 요금이 3개월 연속 체납돼야 위기 정보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용량 변화 같은 생활 위기 변수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위험이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발굴한다. 또한 1~2개월 주기로 입수하던 위기 정보를 매월 입수해 지방자치단체에 제공, 신속한 대응을 지원한다.
발굴 시스템에서 연 2회 이상 반복 선정되거나, 위기아동·고독사 발굴시스템에서 중첩 선정된 가구는 지자체가 별도로 우선 관리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한다. 이를 통해 고위험 가구를 집중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개입 단계: 신청하지 않아도, 동의하지 않아도 지원한다
가장 큰 변화는 복지급여 신청 방식이다. 우선 보편급여인 아동수당, 부모급여, 첫만남이용권은 출생신고만 하면 자동으로 지급된다. 그동안은 출생신고와 별도로 급여를 신청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행정정보를 활용해 절차를 생략한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같은 선별급여도 기존 수급자나 수급 탈락자에 대해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신청한 것으로 간주하고 자격을 확인한 뒤 지급한다.
더 획기적인 조치는 위기 상황에서의 직권신청이다. 현재는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동의 없이 직권신청이 가능해, 대상자가 이유 없이 신청을 거부하면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지원이 어려웠다. 정부는 법률 개정을 통해 미성년자나 발달장애인이 포함된 가구의 경우 동의가 없더라도 직권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소득과 일반재산만 조사한 뒤 생계급여를 선제적으로 지급하고, 이후 과다 지급으로 밝혀져도 환수를 면제하는 등 적극행정을 통해 담당 공무원을 보호한다. 이 조치는 지난 4월부터 이미 시행 중이다.
또한 공무원이 위기가구를 최초로 방문할 때는 식료품, 생필품 등이 담긴 '희망드림 꾸러미'를 지원한다. 이는 상담 자체를 거부하는 가구에 대한 초기 접근성과 신뢰 관계 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지원·관리 단계: 소득·돌봄·심리까지 종합 지원
발굴하고 개입해도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복지급여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가장 신속한 지원 수단인 긴급복지 제도의 위기상황 인정 범위를 넓히고, 금융재산 선정기준 상향을 검토한다. 기준에 일부 미달해도 현장에서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심의위원회를 활성화해 유연하게 대처한다. 다자녀 가구나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자동차가 준필수재인 현실을 감안해 기초생활보장 자동차 재산 산정 기준도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아동돌봄 가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한부모, 조손, 장애, 청소년 가구 등 취약가구의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시간을 연 960시간에서 1080시간으로 확대한다. 아동학대나 방임이 의심되는 위기아동 가구는 시군구 내 아동·복지 관련 팀들이 공동사례관리를 통해 소득, 돌봄, 정서 지원까지 통합 관리한다. 아동 양육자에 대한 형사절차에서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아동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피의자를 체포·구속할 때 보호 아동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 지자체에 보호조치를 의뢰하도록 하는 법안도 논의 중이다.
노인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장기요양 단기보호 시설과 치매안심병원을 지속 확충하고, 돌봄 가족에 대한 가족휴가제와 정서 지원을 활성화한다.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자살시도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자살예방센터가 개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현장 업무 지원: 복지 공무원 확대와 AI 도입
적극적 복지의 핵심은 현장 인력이다. 현재 약 2만 4천 명 수준인 읍면동 복지 담당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증원한다. 또한 직권신청 등으로 위기가구를 실질적으로 보호한 공무원과 지자체에 포상금 등 확실한 보상 체계를 마련한다.
인공지능(AI)도 적극 활용한다. 복합 질문에 답하고 정서적 공감까지 가능한 AI 복지상담 서비스를 도입하고, 개인 맞춤형 복지서비스 추천 시스템을 개발한다.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자동 처리하고, 급여 적정성 판정 등 공무원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AI도 개발할 예정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복지급여 자동지급과 직권신청 실효성 제고를 통한 신청주의 개선의 첫걸음”이라며 “신청해야 지원하는 수동적 복지에서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함께 빈틈없는 복지안전매트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으로 달라지는 점
발굴 단계에서는 전기·수도 사용량 변화를 감지해 체납 전이라도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반복·중첩 선정된 고위험 가구는 별도 관리한다. 개입 단계에서는 보편급여(아동수당 등)는 출생신고만으로 자동 지급하고, 선별급여(기초연금 등)도 기존 정보로 자격 확인 시 신청 없이 조사·지급한다. 위기 상황인 미성년자·발달장애인 가구는 동의가 없어도 직권신청해 생계급여를 선제 지급하며, 최초 방문상담 시 생활물품을 지원해 접근성을 높인다. 지원·관리 단계에서는 긴급복지 위기사유를 확대하고 심의위원회를 활성화하며, 취약아동 가구는 아동보호팀·드림스타트·희망복지팀이 공동사례관리 한다. 장기요양 단기보호 시설 확충과 가족휴가제 활성화로 노인 돌봄 부담을 줄이고, 자살시도자에게는 비동의해도 자살예방센터가 즉각 개입한다. 현장에서는 읍면동 인력을 확대해 가정방문·상담을 활성화하고, 직권신청 등 적극행정 공무원에게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며, AI·모바일 기술로 업무 효율화를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