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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 “유전·환경이 만든 난소암, 맞춤치료로 희망을 찾다”

 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  “유전·환경이 만든 난소암, 맞춤치료로 희망을 찾다”

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 “유전·환경이 만든 난소암, 맞춤치료로 희망을 찾다”

여성에게 난소암은 두 번째로 흔한 부인과 암이지만, 안타깝게도 부인과 암 중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병은 50세 이후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며, 특히 70대 초반에 가장 많이 발견된다. 과거에는 진단과 치료가 어려워 절망적인 질병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생존율과 삶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난소암을 더 이상 절망의 이름으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난소암 환자의 약 10%는 유전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 특히 BRCA1과 BRCA2라는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이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나머지 90%의 난소암은 유전적인 이유 없이 발생하는 '산발성 난소암'이며, 대부분의 난소암은 난소 표면의 세포에서 시작되는 상피성 난소암이다. 이 외에도 난소 내의 다른 세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암이 존재하는데, 종류에 따라 치료 예후가 다르며 특히 '맑은 세포형'이나 '점액성' 난소암은 다른 종류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난소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배가 조금 불편하거나 소화가 잘 안되는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한 소화기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고, 이로 인해 환자 대부분이 병이 상당히 진행된 3기나 4기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게 된다. 진행된 암의 경우 복수가 차서 배가 불러오거나, 소화기 및 비뇨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난소암 진단은 골반 검사, 초음파, 혈액 검사(CA-125), 그리고 CT 촬영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최종적으로는 수술을 통해 채취한 조직으로 암을 확진하게 된다.

난소암의 주요 치료는 수술과 항암치료다. 수술은 암세포를 최대한 많이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며, 이를 최적의 종양 감축술이라고 부른다. 종양의 크기를 1cm 미만으로 남길수록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이 너무 크거나 전이가 심해 한 번에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해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하는 선행 항암치료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재발을 막기 위해 대부분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주로 플래티넘 계열과 탁센 계열의 약물을 함께 사용하는데, 이 병용 요법은 난소암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동일한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며, 암의 병기와 조직 유형,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 계획이 세워진다. 예를 들어 젊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난소 생식 세포 종양은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아 90% 이상의 높은 완치율을 보이기도 한다.

난소암은 치료 후에도 재발이 흔하다. 이 때문에 재발했을 때의 치료는 완치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고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둔다. 첫 항암치료를 마치고 6개월 이상이 지난 후 재발한 경우에는 다시 플래티넘 계열의 약물로 치료하면 효과를 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치료 도중 또는 6개월 이내에 재발한 경우에는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아, 다른 종류의 약물을 사용한 항암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복강 내에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는데, 이는 항암제 농도를 높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전신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항암치료 외에 새로운 치료법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암세포의 특정 약점을 공략하는 표적 치료제나, 환자 자신의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를 스스로 공격하게 만드는 면역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에 영양분이 공급되는 것을 막는 '베바시주맙'이나, 유전자 변이가 있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PARP 억제제는 특히 난소암 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같은 신약 개발은 난소암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난소암은 분명히 어려운 병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혼자 싸우는 질병이 아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만나고, 가족과 주변의 지지를 받으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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