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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50’s 라이프플러스] 나는 울창한 숲을 원하지 않습니다

 김태우의 50’s 라이프플러스  나는 울창한 숲을 원하지 않습니다

김태우의 50’s 라이프플러스 나는 울창한 숲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의 건조한 평원에는 '바오밥'이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다들 한 번쯤 본 적 있을 겁니다. 척박한 땅 한가운데 우뚝 선 거대한 나무. '바오밥'은 술통처럼 굵은 줄기에 물을 저장하며, 거꾸로 뿌리를 뻗은 듯한 독특한 모양으로 서 있습니다. 평균수명은 3000년에서 5000년, 길게는 6000년을 산다고 하지요. 놀라운 일입니다. 건조한 평원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 깊은 뿌리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생존의 지혜 덕분일 것입니다.

한때 저는 숲에 나무가 많을수록 더 풍요롭고 아름답다고 믿었습니다. 나무가 많으면 바람이 머물고, 새소리가 울려 퍼지며, 생명이 숨 쉬는 숲이 되니까요.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내 주변을 울창한 숲으로 만드는 것, 관계가 촘촘할수록 내 삶도 그만큼 풍요로워질 거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울창함 속에는 그늘도 많았습니다. 관계가 늘어날수록 햇살이 닿지 않는 곳이 생기고, 때로는 숨 쉴 공간조차 사라졌습니다.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너무 가까이 선 나무들은 서로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을….

그래서 저는 숲의 짙은 그림자 속에서, 비로소 '나무 한 그루로 서는 용기'의 가치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관계'란 꼭 붙어 서 있다고 해서 깊어지는 게 아닙니다. 부모 자식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가까워 서로의 삶을 지배하거나,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성장과 신뢰가 막힙니다.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서로가 각자의 세계에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자랄 수 있습니다.

어느 글에서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서되, 서로의 그림자를 밟지 말라' 이 문장이 제 마음에 오랫동안 화인(火印)으로 남아 있습니다.

직장 생활 30년 동안 저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저의 능력이고 꽤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캘린더에 약속이 빽빽할수록 인정받는 사람이라 여겼지요. 솔직히 그렇게 보이기 위해 애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어요. 많다는 것이 꼭 풍요와 괜찮은 삶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때로는 그 많음이 나를 소모시키기도 했습니다.

요즘 저는 '간격'과 '여백'을 배우고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 상처 나지 않도록, 너무 멀어 잊히지 않도록, 서로의 삶이 부담되지 않을 만큼의 거리. 사람 사이의 거리는 계절과 같습니다. 너무 덥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을 때 마음이 머무는 것 같습니다. 관계는 그 알맞은 온도를 찾아 가는 길이겠지요.

나무들은 서로를 향해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저 햇빛을 향해 각자의 속도로 자랄 뿐입니다. 사람 사이도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더 높이 자란다고 해서 그늘에 선 이가 초라한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람이고, 누군가는 그 그늘 덕분에 쉼을 얻는 사람이지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울창한 숲을 원하지 않습니다. 대신 바람이 잘 드나드는 숲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나무들은 서로에게 기댐이 되면서도 각자의 뿌리로 단단히 서 있을 겁니다. 우리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서로의 공간을 인정할 줄 아는 사이, 그리움이 통로가 되어 마음을 오가는 관계, 그것이 오래가는 숲이고, 오래 남는 사람입니다.

'바오밥'은 홀로 서 있지만 깊은 뿌리로 지하수를 스스로 끌어올려 생명을 이어갑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버티는 나무, 혼자 서는 힘이 있는 나무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빽빽해집니다. 관계의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숨이 막히는 순간이 늘어납니다.

그럴수록 '바오밥'처럼 '간격'과 '여백'이라는 공간 속에서 각자의 뿌리를 깊이 내려봅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조용히 내 안의 지하수를 길어 올려봅시다. 꽤 괜찮은 삶이 될 겁니다.

김태우 센터장
한화생명 상속연구소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한국보험신문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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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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