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다카이치 정권 ‘사나에노믹스’ 본격화… “투자 중심 성장으로 전환”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를 내세워 경제정책의 축을 기존 수요 중심에서 투자 기반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전략적 투자 확대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26일 열린 내각부 경제재정자문회의 자료와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분석을 종합하면, 일본 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을 ‘기초 체력은 견조하지만 성장 동력이 제약된 상태’로 진단했다. 기술혁신 역량과 노동 효율성 등 구조적 강점은 유지되고 있으나, 장기간 이어진 국내 투자 부족과 노동시간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정체돼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러한 배경에 과도한 긴축 기조와 미래 투자 부족, 강화된 노동 규제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정책 기조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특히 국가가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 민간 자본을 유인하는 방식으로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핵심 전략은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의 병행이다. 위기관리 투자는 경제안보, 에너지·식량 자급, 국토 인프라 강화, 사이버보안 등 국가 리스크 대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 동시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양자기술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설비투자 세제 지원 등 정책 수단을 동원해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이를 고용·소득 증가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시키는 ‘선순환 구조’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 운영 방식도 손질한다. 기존 단년도 중심 예산과 추가경정예산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다년도 예산과 장기 기금을 활용해 투자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재정 확대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불필요한 보조금 정비 등 행정개혁을 병행하고,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가계 지원 정책도 병행된다. 일본 정부는 주요국 대비 높은 식료품 소비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한시적 세율 인하를 검토하는 한편, 저소득층 지원 강화를 위해 ‘급여형 세액공제(근로장려세제)’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과거 아베 신조 정권의 아베노믹스와 차별화된다. 아베노믹스가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수요 진작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나에노믹스는 공급 측면, 즉 경제의 잠재성장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다시 세계를 리드하는 경제 강국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나에노믹스의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