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5월 1일부터 장애인 개인예산제 3차 시범사업을 전국 33개 시·군·구에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와 재화를 직접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기존에 지급되던 서비스 이용권(바우처)의 일부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장애인 본인이 수립한 이용계획에 따라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참여자는 장애인 활동지원,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방과후 활동, 발달 재활 등 4종 서비스 이용권의 20% 범위 내에서 예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2022년부터 2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초모델을 마련했으며, 2024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1차년도에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에만 적용했으나, 2차년도부터 대상 이용권을 4종으로 확대했다. 올해 3차년도 시범사업은 전국 17개 시·도에 고루 분포된 33개 시·군·구에서 시행되며, 참여 인원도 1차년도 210명, 2차년도 410명에서 올해 960명으로 대폭 늘었다.
참여자들은 지난 1~2월 지자체별 설명회와 홍보를 통해 모집됐으며, 3~4월에는 복지전문기관(장애인복지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과의 면담을 통해 장애 특성과 개별 목표에 맞는 이용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각 지자체는 공공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지원위원회'에서 이용계획의 적정성을 심사했고, 승인된 참여자는 5월 1일부터 개인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시범사업의 효과는 이미 여러 사례에서 확인됐다. 경기 시흥의 한 참여자 보호자는 정형 신발을 맞춘 후 장애를 가진 자녀가 외출을 꺼리지 않게 되었다고 전했다. 부산 금정구의 복지전문기관 팀장은 발달장애인이 보컬 레슨을 받는 등 지역사회 서비스 이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강북구에서는 고령 보호자나 장기 중증 장애인 등 기존에 발굴이 어려웠던 사각지대 대상자를 새롭게 찾아내는 성과도 있었다.
이용 사례를 보면, 시각장애가 있는 19세 여성은 활동지원급여의 20%를 활용해 컴퓨터 학원과 스터디 카페, 헬스장 등을 이용하며 장래 준비를 하고 있다. 지적장애 29세 남성은 발달장애인주간활동의 20%를 활동 지원으로 전환해 출퇴근 이동과 지역사회 기관 이용에 활용 중이다. 뇌병변장애 44세 여성은 모션베드, 직립보조기, 성인용기저귀 등 보조기기와 위생용품을 구매해 삶의 질을 높였다. 지체장애 66세 남성은 접이식 휠체어와 소변팩 등 소모품을 구매해 동호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영역별 이용 현황을 보면 신체적 건강 분야가 34.4%로 가장 높았고, 보육·교육이 23.8%, 일상생활 유지 및 서비스가 14.4%, 주거가 11.2%, 문화여가가 10.23%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인들이 건강 관리와 교육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사업 참여 장애인 등과 간담회를 통해 시범사업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고, 장애인 당사자 의견을 수렴해 본사업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를 설계할 예정이다. 차전경 장애인정책국장은 "이번 3차년도 시범사업은 장애인 개인예산제의 본사업 도입 가능성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도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서비스 선택권을 넓힐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목적은 장애인 복지서비스 급여 유연화를 통한 자기결정권 강화 및 수요자 중심 서비스 전달체계 마련이다. 사업 대상은 4개 바우처(활동지원, 주간·방과후활동, 발달재활) 중 1개 이상 수급 자격이 있는 장애인이다. 이용 방식은 참여 장애인이 수급 급여의 20% 이내 금액에 대해 개별 이용계획을 수립하고, 일상과 사회활동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선택해 이용 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용 제한 요건으로는 개인별 수립한 이용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며, 장애 연관성과 목표 연관성 등 기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원 불가 항목은 주류·담배·복권 구입, 세금·공과금, 저축·부채상환 등이다.
전달 체계는 지자체가 대상자 모집, 이용계획 승인, 정산을 담당하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안내·홍보와 모니터링을 맡는다. 지자체별 복지전문기관(장애인복지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이 이용계획 수립과 지역자원 발굴·연계를 지원한다.
올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33개 시·군·구는 서울 은평구, 중랑구, 관악구, 도봉구, 인천 계양구, 대전 중구, 대덕구, 울산 울주군, 경기 연천군, 남양주시, 강원 춘천시, 강릉시, 세종시, 충북 청주시, 전북 익산시, 전남 나주시, 광양시, 담양군, 영암군, 경북 구미시, 경남 창원시, 제주시 등이다. 기존 참여 지역인 서울 강북구, 마포구, 부산 금정구, 대구 달성군, 경기 김포시, 시흥시, 충남 예산군, 전남 해남군 등도 계속 참여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 개인예산제가 본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