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수.조간] 폐가 딱딱해지는 이유 찾았다 폐섬유화 악화시키는 면역 기전 규명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해지며 호흡 기능이 떨어지는 난치성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악화 원인이 면역 반응 이상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염증과 스트레스 반응 조절에 관여하는 ATF3 유전자가 폐 면역 기전을 통해 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는 면역·알레르기 분야 국제 학술지 'Clinical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김영열 과장, 홍정연 연구사, 홍세향 연구원 등)가 주도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진행성 폐질환으로, 폐 조직에 섬유질이 과도하게 쌓이면서 폐가 딱딱해지고 호흡 기능이 점차 손상된다. 진단 후 수년 내 사망에 이르는 예후가 매우 나쁜 질환이지만, 현재 사용 중인 두 가지 치료제(피르페니돈·닌테다닙)는 질병 진행을 늦추는 데 그칠 뿐 완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국내 연구진은 새로운 치료 표적 발굴을 위해 폐섬유화 기전 연구를 지속해왔다.

연구팀은 ATF3(Activating Transcription Factor 3)라는 전사 조절 인자가 폐 면역 반응과 섬유화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ATF3 유전자가 결핍된 실험용 쥐에 폐섬유화를 유도했다. ATF3는 세포가 염증이나 스트레스 자극을 받을 때 초기에 활성화돼 체내 대사 및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잘 알려져 있으나, 폐섬유화 과정에서의 구체적 기능은 밝혀지지 않았다.

분석 결과, ATF3가 없는 쥐는 정상 쥐에 비해 폐 기능이 훨씬 더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TF3 결핍군의 폐용량은 약 20~25% 감소한 반면, 정상군은 약 15~20% 감소에 그쳤다. 폐 탄성은 1.5배 증가하고 폐 순응도는 50~60% 줄어들어, ATF3 결핍이 폐 조직을 더 딱딱하게 만들고 폐 기능 악화를 가속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ATF3 결핍은 폐 조직 내 염증 반응을 크게 증폭시켰다. 염증 초기 반응을 담당하는 호중구(중성구)가 정상군 대비 약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섬유화를 촉진하는 M2c 표현형 대식세포도 약 6.5배 증가했다. 대식세포는 단핵구에서 분화하는 면역세포로, 상황에 따라 염증을 유도하거나 조직을 회복시키는 다양한 기능을 한다. 이 중 M2c형은 조직 재형성과 섬유화 진행을 촉진하는 유형으로 꼽힌다.

호중구 유입과 관련된 염증성 케모카인(CCL2, CXCL2, CXCL1)은 모두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대식세포 표현형 변화도 뚜렷했다. ATF3 결핍군에서 섬유화 유도 사이토카인(TGF-β, IL-6, IL-1β) 및 섬유화 관련 유전자(YM1/2, Fizz, Arginase1) 발현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폐 조직을 직접 염색한 결과에서도 콜라겐 축적이 현저히 늘고 폐포 구조가 붕괴되는 등 섬유화가 급격히 심화된 모습이 관찰됐다.

전체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전사체 분석에서도 ATF3 결핍군에서 502개 유전자가 증가하고 1456개 유전자가 감소했다. 특히 염증 및 섬유화 관련 유전자(Acta2, Arg1, Cd68, Il6, Mmp9, S100a8 등)는 정상군보다 1.5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면역·염증·섬유화 관련 세포 신호 경로가 동시에 활성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폐섬유화 진행 과정에서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과 조직 섬유화를 동시에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한 것”이라며 “초기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ATF3 유전자가 염증 반응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고 폐섬유화 진행을 완화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TF3는 정상 상태에서는 폐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유입되고 대식세포가 섬유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분화가 편향돼 면역-염증-섬유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국립보건연구원 김원호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폐섬유화는 치료가 어려운 만성 폐질환인 만큼 새로운 치료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앞으로도 만성 호흡기 질환의 발생 기전을 규명하고 실제 환자 치료 전략으로 적용 가능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ATF3 경로를 조절하는 방식이 폐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까지 허가된 치료제가 완치가 아닌 진행 속도만 늦추는 수준임을 고려할 때, ATF3와 관련된 분자 기전을 표적으로 한 약물 개발이 가시화될 경우 난치성 폐섬유화증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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