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비영리 전시 공간인 신한갤러리에서 장애를 경험한 예술가들이 선보이는 기획전이 관람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감각은 지형이 되어(Sensing as Terrain)’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2026년 4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 진행되며, 곽요한, 박유석, 위혜승 세 명의 작가가 회화, 영상, 설치 미술 등 약 3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감각의 물리적·정서적 지형을 재조명한다. 전시는 신한은행과 서울문화재단이 2018년 체결한 문화예술 지원 협약의 일환으로, 예술과 사회적 포용의 접점을 탐색하는 데 의미를 둔다.

곽요한 작가는 일상적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신체 변화 이후 느끼는 불안과 소외를 시각화한다. 뇌졸중 이후 경험한 감각의 분열을 바탕으로, 친숙한 풍경에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한 회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한 세계를 다르게 인식하게 만든다. 박유석은 빛과 소리, 시간의 흐름을 매개로 한 영상과 설치 작품을 통해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공감각적 경험으로 풀어낸다. 물결, 바람, 조명의 리듬이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관람객에게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감각의 순간을 선사한다.

위혜승 작가는 피부에 남는 흉터나 발진을 출발점으로 삼아, 캔버스에 돌가루와 아교를 반복적으로 덧바르는 방식으로 시간의 축적과 치유의 과정을 표현한다. 작품의 거친 표면은 신체의 경계를 넘어 자아의 경계를 시각화한 결과물로, 상처가 새 피부로 회복되는 과정을 고밀도의 시각적 지형으로 승화시킨다. 이현경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의 체계를 시각화하며, 관람객 각자가 자신의 감각적 기억을 투영해 새로운 의미의 지형을 구축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화예술 지원 활동은 금융기관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중 사회적 포용과 문화 접근성 확대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예술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 브랜드 신뢰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장애 예술가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사례는 업계 내 다른 금융사의 문화 후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시는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관람객들은 단순한 시각적 감상 너머, 감각의 층위가 쌓여 형성된 정서적 지형을 마주하며 예술과 몸, 기억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