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최근 급성장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쿠팡, 네이버, 컬리, 에스에스지닷컴, 지마켓, 십일번가, 놀유니버스 등 7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집중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사업자가 자신의 책임을 부당하게 면제하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 등 총 11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시정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번 시정 조치는 사업자의 부당한 면책 및 손해배상 책임 제한, 사업자의 자의적 플랫폼 운영권 행사, 정산 및 환불 관련 불이익, 이용자에게 불리한 기타 불공정 약관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뉩니다. 오픈마켓은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사업자는 중개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습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2023년 242조 원에서 2025년 275조 원으로 커지면서 플랫폼의 책임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첫 번째 분야는 ‘사업자의 부당한 면책 및 손해배상 책임 제한’입니다. 공정위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책임을 부당하게 면제하거나 전가하는 조항, 플랫폼의 중개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 이용자와 귀책 사유가 경합할 때 사업자 책임을 면책하는 조항 등 세 가지 유형을 시정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쿠팡은 서버에 대한 제3자의 불법 접속이나 악성 프로그램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했습니다. 네이버는 판매회원이 자신의 개인정보나 로그인 정보를 타인에 유출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고, 지마켓은 회사의 고의·과실과 무관하게 다른 회원의 개인정보가 침해된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오픈마켓 사업자는 거래 과정에서 수집한 방대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면책 조항은 사업자의 책임을 부당하게 회피하는 것으로 판단돼, 사고 발생 시 사업자의 귀책사유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시정됐습니다.
플랫폼의 중개 책임 면제 조항도 문제가 됐습니다. 네이버는 특정 사유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때 일시 중단하고 책임을 면제한다고 했고, 컬리는 개별 판매회원이 등록한 상품과 관련해 일체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습니다. 지마켓은 전시 수단만 제공할 뿐 어떤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는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거래 당사자들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자신의 고의나 과실로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들 조항은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해 불공정하다고 평가됐습니다. 이에 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면책되지 않도록 약관이 수정됐습니다.
세 번째로, 이용자와 귀책 사유가 경합할 때 사업자의 책임을 면책하는 조항도 시정됐습니다. 에스에스지닷컴, 지마켓, 놀유니버스 등은 이용자의 귀책사유로 서비스 이용에 장애가 생기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양측 모두 잘못이 있다면 각자의 귀책 비율에 따라 책임을 나눠야 합니다. 이용자의 일부 의무 불이행만으로 사업자를 완전히 면책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플랫폼 측의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시정됐습니다.
두 번째 분야는 ‘사업자의 자의적 운영권 행사’입니다. 공정위는 약관보다 기타 운영정책을 우선시하는 조항과 이용자의 동의 없이 결제 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조항 등 두 가지 유형을 시정했습니다.
컬리는 약관에 규정되지 않은 세부 운영정책을 제정할 수 있고, 운영정책과 본 약관이 상충하면 운영정책이 우선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약관은 사업자와 이용자 간 권리·의무를 규정한 공식 문서로, 운영정책은 약관의 세부 사항을 정한 보충적 성격을 가집니다. 운영정책이 약관을 사실상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결정할 수 있게 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합니다. 이에 운영정책이 약관을 임의로 변경·대체할 수 없도록 시정됐습니다.
쿠팡은 회원이 등록한 결제수단으로 결제가 실패하면 회사가 정한 세부 정책에 따라 결제수단을 변경해 결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이용자가 결제 수단과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결정 권한에 속하며, 사업자가 임의로 결제 수단을 변경하는 것은 고객의 예측 가능성을 해치고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입니다. 이에 결제 실패 시 회원이 등록하거나 보유한 결제수단 중 지정한 순서대로 결제하는 것으로 명확히 시정됐습니다.
세 번째 분야는 ‘정산 및 환불 관련 불이익’입니다. 공정위는 입점업체의 판매대금에 대한 정산을 부당하게 보류하는 조항, 회원탈퇴 시 원상회복 청구권을 부당하게 포기하도록 하는 조항, 구독료 결제 주기에 따라 환불 조건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조항 등 세 가지 유형을 시정했습니다.
쿠팡은 신용카드 부당 사용 여부 확인을 위해 최대 60일간 결제금액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했고, 컬리는 이용계약 종료 후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예치해 클레임에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십일번가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대금 환급이나 정산을 보류할 수 있고, 이때 이자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대금 정산 보류는 입점업체의 자금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요건을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이들 조항은 광범위하고 모호한 사유로 보류를 허용해 부당하므로, 지급 보류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시정됐습니다.
쿠팡은 회원탈퇴 시 소진되지 않은 쿠팡캐시 등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해 모두 소멸시킨다고 규정했습니다. 쿠팡캐시는 무상으로 지급된 것과 유상으로 구입한 것(쿠페이머니 등)이 섞여 있는데, 유상 캐시는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취득한 재산입니다. 계약 해지 시 사업자는 원상회복 의무에 따라 남은 가치를 반환해야 하며, 이를 환불 없이 소멸시키는 것은 부당합니다. 이에 탈퇴 시 소멸할 수 있는 전자지급수단을 무상으로 지급된 경우로 한정하도록 시정됐습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등 구독 서비스에서 월회원은 해당 월에 서비스를 1회 이상 이용하면 환불이 불가능한 반면, 연회원은 연 1회 이용을 기준으로 적용해 차별했습니다. 제공되는 서비스 내용이 동일한데 결제 주기만으로 환불 조건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쿠팡은 현재 연회원 제도를 운영하지 않지만, 관련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네 번째 분야는 ‘이용자에게 불리한 기타 불공정 약관’입니다. 공정위는 약관 개정 시 묵시적 동의로 간주하거나 개별 고지가 미흡한 조항, 분쟁 관련 부당한 재판관할 조항, 손해배상 범위를 일정 금액으로 제한하는 조항 등 세 가지 유형을 시정했습니다.
컬리 등 일부 사업자는 약관 개정 시 공지된 적용일자까지 회원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는 이용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동의를 의제하는 것으로 부당합니다. 공정위는 상당한 기간 내에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하고, 중대한 개정 사항은 개별 고지하도록 시정했습니다.
또한, 네이버와 컬리는 분쟁 발생 시 관할 법원을 특정 법원(서울남부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일방적으로 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는 이용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있어 민사소송법에 따라 쌍방 합의로 관할을 정할 수 있도록 시정됐습니다.
놀유니버스는 손해배상 범위를 10만 원으로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습니다.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일정 금액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해당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7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해온 불공정 약관을 자율적으로 시정하도록 함으로써, 전자상거래 시장 내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및 중개 책임을 강화해 이용자가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업자별로 살펴보면, 쿠팡은 개인정보 면책, 정산 보류, 회원탈퇴 시 권리 포기, 결제 방식 변경, 구독료 환불 차별 등 5개 유형에서 시정됐습니다. 네이버는 개인정보 면책, 중개 책임 면제, 귀책 경합 면책, 재판관할 등 4개 유형이 시정됐습니다. 컬리는 중개 책임 면제, 운영정책 우선, 정산 보류, 묵시적 동의, 재판관할 등 5개 유형이 시정됐습니다. 에스에스지닷컴은 개인정보 면책, 귀책 경합 면책 등 2개 유형, 지마켓은 개인정보 면책, 중개 책임 면제, 귀책 경합 면책 등 3개 유형이 시정됐습니다. 십일번가는 개인정보 면책, 귀책 경합 면책, 정산 보류 등 3개 유형, 놀유니버스는 개인정보 면책, 중개 책임 면제, 귀책 경합 면책, 손해배상 제한 등 4개 유형이 시정됐습니다.
공정위는 각 사업자가 시정안을 제출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개정 절차를 거쳐 시행한 후 증빙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시정을 통해 오픈마켓 이용자들은 더 안전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