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의 자본 규제 체계가 한층 정교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보험사의 리스크 구조를 보다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내부모형 기반의 요구자본 산정 허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기존 평균 기준의 규제 한계를 보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오는 16일 열린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공개됐다.
현행 지급여력비율(K-ICS) 산정은 금융당국이 정한 표준모형에 의존하고 있어, 회사별 상품 구성이나 손해율 차이 같은 고유 리스크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새 제도는 개별 보험사가 자체 경험통계를 바탕으로 한 내부모형을 사용해 요구자본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며, 보다 현실성 있는 자본 평가가 가능하게 된다. 다만 내부모형은 금융감독원장의 사전 승인이 필수이며,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승인 후에는 수시로 표준모형으로의 전환을 제한한다.
내부모형 도입을 위해서는 높은 진입 장벽이 설정된다. 보험사는 신청 전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RSA)를 정상 운영 중이어야 하며, 최근 ORSA 평가 결과가 ‘양호’ 이상이어야 하고, 경영실태평가(RAAS) 비계량 항목도 일정 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금감원은 모형의 문서화, 부서 간 통제장치, 리스크 보고 체계 등을 꼼꼼히 점검할 방침이다. 승인 후에는 매년 사후검증 결과를 제출해야 하며, 보완 필요 시 감독당국이 모형 사용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6월 30일을 목표로 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이 예고된 가운데, 당국은 세부 기준 마련을 위해 보험사들과 추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 측은 “내부모형 적용 여부는 통계적·실증적 합리성을 중심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자본 산출 결과가 낮다고 해서 곧바로 리스크 과소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형사들이 시스템과 데이터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초기 도입 주체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형사는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자본 운용 효율성을 높여 정책펀드, 인프라, 벤처 투자 등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공급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스크 기반 자본 관리가 정착할 경우, 시장 전반의 자본 배분 효율성 제고와 더불어 금융의 실물 경제 지원 기능 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