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층 스마트폰 보급 늘었지만, 금융서비스·재무관리 역량 ‘취약’
국내 금융환경이 비대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고령층의 금융소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으로 디지털 접근성은 개선됐지만, 실제 금융서비스 이용과 재무관리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활용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고령층에서는 생활비 부족과 부채 부담, 노후 의료비 대비 미흡 등이 동시에 나타나며 재무 취약성이 심화되는 양상도 확인됐다. 정부가 디지털 금융교육 확대 등 대응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실질적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디지털 접근성 개선, 금융 활용 격차는 '여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5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71.8%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정보화 수준은 기기 접근성뿐 아니라 활용 능력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지표로, 전반적인 디지털 환경 적응도는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을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활용 단계에서는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같은 조사에서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일반 국민의 약 57.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기기 접근성 개선에 비해 실제 활용 능력은 크게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스마트폰은 있지만 금융은 이용하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생활비·부채·의료비 부담 속 재무 준비 미흡
재무관리 측면에서도 고령층의 취약성은 확인된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중고령소비자의 금융역량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55~79세 중고령층 응답자 가운데 32.5%가 최근 1년간 생활비 부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 보유 비율은 49.2%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61%는 현재 부채 수준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의료비나 돌봄 비용에 대한 대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48.9%가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해 향후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반 금융지식과 금융행동 수준이 낮은 '금융역량 취약집단'의 경우 디지털 금융서비스 이용 점수에서 0점을 기록한 비율이 15%로 나타났다. 이는 비취약집단(2.6%) 대비 약 6배 높은 수준으로, 재무 취약성과 디지털 활용 격차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포용금융 체계 필요… "교육 넘어 실행 지원으로"
정부는 고령층 금융소외 해소를 위해 디지털 교육 확대 등 포용금융 정책을 펴고 있지만, 현장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 정책이 교육과 접근성 개선에 치중된 반면, 고령층의 실제 어려움은 '이해'를 넘어선 '실행' 단계에 있어 괴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교육을 넘어 실제 금융 의사결정을 돕는 상담 기능과 지속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후 자금 설계와 의료비 대비 등 복합적인 재무 문제를 아우르는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은퇴를 앞둔 고령층은 연금과 퇴직금 관리가 중요함에도 체계적으로 금융을 접할 환경이 부족해 정보를 얻을 창구가 은행 영업점 등에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한된 정보 속에서 노후 자산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크고 금융사기 노출 위험도 높아지는 만큼, 이를 보완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