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금융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고령층의 금융서비스 접근과 활용 사이에 깊은 단절이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5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71.8%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이는 주로 스마트폰 보유율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실제 금융서비스 이용 역량과는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기기 소유는 늘었지만, 앱을 통한 계좌 관리나 보험 상품 비교 같은 디지털 금융 활동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재무적 취약성이 중첩되는 고령층 비중이 높아, 정책적 대응의 시급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중고령소비자의 금융역량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55~79세 중고령층 중 32.5%가 최근 1년간 생활비 부족을 경험했으며, 부채 보유자 비율은 49.2%에 달했다. 이들 중 61%는 현재 부채 수준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고, 노후 의료비나 돌봄 비용에 대비하지 않은 사람은 절반 가까이인 48.9%로 집계돼, 장기적인 재무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 주목할 점은 금융역량과 디지털 활용이 동시에 낮은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금융지식과 금융행동이 취약한 집단의 경우,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15%로, 비취약집단(2.6%)보다 약 6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기기를 알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 금융 의사결정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이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교육 정책이 ‘접근성’ 중심에 머물며, 실제 금융 판단을 돕는 심층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은 보험시장의 포용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기반 보험 가입이나 연금 상품 선택이 제한되면, 보험사들이 장기적 고객 확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더불어, 정보 비대칭 속에서 무분별한 상품 가입이나 사기성 상품 유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을 위한 복합 재무지원 체계, 예를 들어 연금·의료비·장기요양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소비자보호 측면에서도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은퇴 후 자산 관리에 대한 정보 창구가 여전히 영업점 중심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환경 내에서도 신뢰성 있는 금융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한 교육 제공을 넘어, 지속적인 상담 연결과 의사결정 지원이 가능한 정책 모델이 시급히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