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의 예금토큰 실증 사업을 본격화하며, 주요 금융그룹들이 디지털 결제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한강 2단계’는 단순한 기술 테스트를 넘어 실제 거래 환경에서 예금토큰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이 은행 앱을 통해 예금을 토큰 형태로 전환하고, 오프라인 가맹점이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결제하거나 타인에게 송금하는 흐름이 실험되고 있다. 생체인증과 잔액 부족 시 자동 전환 기능도 포함되며, 사용자 편의성 강화의 틀이 마련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그룹사의 생활 밀착형 플랫폼을 활용한 실증 모델을 구축 중이다. 보유한 배달 앱 ‘땡겨요’와 자회사 보험사의 상품 결제에 예금토큰을 시범 도입하며, 디지털 자산이 일상 금융서비스와 결합하는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KB금융은 인프라 확장에 방점은 찍고, 한은과 함께 디지털화폐 기반 결제 생태계 구축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섰다. 이는 단발성 실험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급결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BGF리테일과 협력해 전국 약 1만90여 개 CU 편의점에서 예금토큰 결제를 시험 중이다. 바코드 및 QR 기반 결제가 은행 앱과 연동되며, 실제 소비자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접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NH농협은행은 자체 유통망인 하나로마트를 활용, 직영점 전반으로 예금토큰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은행 간 차별화 전략이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으로, 각 그룹이 보유한 계열사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예금토큰이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사용처 확대 국면으로 전환된 것을 두고, 디지털 금융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에 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상용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 유통, 금융이 결합된 생태계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소비자 편익과 자산 보호를 위한 규제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