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개원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보험업계를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는 여전히 정체된 상태다. 2024년 6월 이후 상정된 보험업법 관련 개정안은 총 17건에 달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도 소관 위원회를 넘어 본회의에 부의된 사례는 전무하다. 대부분의 법안이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채 실질적인 심사 절차조차 밟히지 않으면서, 산업 전반의 개혁 기회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 중 상당수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직결된 민생 입법이다. 예를 들어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은 2024년 6월과 12월 각각 발의됐으나 여전히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료 카드 납부 비율이 6.8%에 그치는 상황에서, 현금 부족으로 인한 납입 지연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금리인하요구권을 분기마다 소비자에게 안내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나,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설계사 자격 요건 강화 조치도 모두 계류 중이다. 이러한 지연은 신규 보험사기 전력자가 지속해서 영업 현장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며,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 확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법인보험대리점(GA)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들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65건의 보험업법 개정안 중 39건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전례가 있다. 제22대 국회는 2028년 5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지만,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험산업은 국민의 자산관리와 직결된 만큼, 정부와 국회가 보다 적극적인 심사 일정 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법안 발의를 넘어 구체적인 심의 절차 착수와 우선순위 설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실손의료보험과 건강보험의 정책 연계, 보험사 자산운용 규제의 합리화 등 구조적 과제도 장기적으로 방치할 경우 시장의 비효율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업계 안정과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창구가 조만간 열릴 수 있을지, 국회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