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험대리점 시장이 과거의 외형 확장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19회 아시아 보험포럼(AIF 2026)에서 일본 손해보험협회의 쿠리야마 야수시 선임 연구위원은 보험대리점이 ‘질적 혁신’의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발생한 대규모 윤리적 문제를 계기로 한 구조적 성찰의 일환으로, 단순한 판매 실적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의 기본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빅모터 사건’과 보험료 담합 문제 등으로 드러난 컨덕트 리스크가 자리한다. 쿠리야마 연구위원은 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고객 중심 정신을 결여한 행위가 결국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하며, 보험대리점 제도 자체의 근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험사 간 정책 주식 거래나 특정 대리점에 대한 편중된 혜택 제공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쳤고, 고객보다 내부 거래 관계를 우선시하는 구조를 낳았다는 비판이 정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일본 보험업계는 ‘대리점 5.0’ 시대를 선언하며 7대 핵심 체계의 정비를 골자로 한 내부 관리 기반 강화에 나섰다. 투명한 경영과 준법 운영에서부터 고객 정보 보호, 외부 협력사 통제, 내부 통제 시스템까지 포함된 이 프레임워크는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니라 자기 혁신의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한다. 특히 자율성에 기반한 운영이 강조되며, 외부 압력이 아닌 내부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 문화 구축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성은 법제도 차원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2026년 시행된 개정 보험업법은 자회사형 대리점이나 자동차 딜러를 통한 불공정 관행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험사 간 협의로 유지된 주식 보유는 정리되고, 과도한 판매 인센티브 제공도 금지되면서 시장의 자정 기능 회복이 시도되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일본손해보험협회 주도로 도입된 ‘업무 품질 제3자 평가제도’다. 이는 외부 전문가가 보험대리점의 운영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그 결과가 금융당국과 공유됨으로써 감독 자료로 활용되는 체계로, 업계 전반의 질 관리 체계화를 이끌 전망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보험 산업의 본질에 대한 회귀를 의미한다. 화려한 마케팅이나 기술적 혁신보다,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 견고한 내부 운영 체계가 생존의 열쇠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글로벌 보험시장이 안정성과 신뢰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 속에서, 일본의 실험이 아시아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정책 논의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