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지역의 전쟁 상황을 민간 건설현장에서도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공사 기간을 늦추거나 추가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건설·금융업권 합동 간담회의 후속 조치로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정부는 중동전쟁을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제17조에 규정된 불가항력 사태로 해석하기로 했다.
이번 유권해석으로 민간 건설사들은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 등을 이유로 공사기간 연장이나 계약금액 조정을 발주처와 협의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해외 공사는 물론 국내에서도 중동산 자재 수급 차질이나 물류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이 적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유권해석을 반영해 건설사의 '책임준공확약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해서도 중동전쟁을 기한 연장 사유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책임준공확약은 건설사가 일정 기한 내에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하는 조건으로 대출이 실행되는 제도인데, 이번 조치로 공사가 지연되더라도 금융권의 불이익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기 연장에 따른 금융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면 대출 만기 연장이 거부되거나 추가 담보 요구 등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김석기 건설정책국장은 "이번 유권해석으로 중동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현장에서 공기연장이나 계약금액 조정 협의가 원활히 진행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관계 부처와 협력해 건설산업의 중동 상황 대응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전요섭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유권해석은 모범규준상 책임준공 연장사유를 인정한 첫 사례"라며 "금융협회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건설업계의 금융 애로를 적극 해소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중동 정세 불안이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선적 지연 등으로 이어지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업계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지원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