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와 업계가 손을 잡고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정유업계와 플라스틱 가공업계 각각 상생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체결식은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전 10시부터 10시 50분까지 진행됐으며, 두 업종의 협약이 연이어 이뤄졌습니다.
정유업계 협약에는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S-OIL, GS칼텍스 등 주요 정유사와 한국주유소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참여했습니다. 플라스틱업계 협약에는 씨제이제일제당, 대상, 농심, 롯데칠성음료, LG생활건강, 상미당홀딩스, 스타벅스코리아, 농협경제지주 영농자재본부, GS리테일 등 수요 대·중견기업 9개사와 한국프라스틱공업협회,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한국식품산업협회가 함께 했습니다.
먼저 정유업계 상생협약의 핵심은 그동안 고착화된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지만, 정유사와 상표주유소 간 전속계약으로 인해 시장 내 가격 경쟁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속계약은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을 공급받는 계약을 의미합니다. 또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등을 기준으로 공급한 뒤 월말에 확정 가격으로 정산하는 사후정산 방식은 주유소 입장에서 판매 가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경영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정유사들은 전속거래계약과 사후정산이라는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주유소는 해당 정유사의 제품을 전체 구매량의 60% 이상만 구매하면 나머지는 다른 정유사 제품이나 제3자 제품을 혼합해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혼합판매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또 원칙적으로 사후정산을 없애고, 하루 단위 판매 기준 가격을 미리 확정해 공시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유소는 정확한 원가를 알 수 있어 소비자 판매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게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협의에서 나온 개선 사항을 ‘석유유통업종 표준대리점거래계약서’에 반영해 불합리한 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한편 플라스틱 가공 중소기업들은 중동전쟁 여파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식품·생활용품·음료 업체 등 수요 대기업에 납품하는 대금에는 비용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업계 상생협약은 납품대금과 관련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협약에 참여한 수요 대기업들은 ▲원자재 비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해 조정하고 ▲납품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며 ▲원자재 수급 상황에 따라 납품기일을 연장하는 데 적극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위 등 정부는 이번 협약에 참여해 성실히 이행하는 우수 기업에 대해 공정거래협약 평가 시 가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행을 독려할 계획입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체결식에서 “정유업계의 전속거래계약과 사후정산제 등 오랜 관행이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혼합판매 활성화로 시장 경쟁이 활발해지고 투명한 가격 결정을 통해 주유소가 주체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플라스틱업계 협약과 관련해서는 “수요 대기업들이 중동전쟁에 따른 원자재 상승분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납품대금을 조정하고, 협력사 유동성 지원과 납품기일 연장에 나선 것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업계 전반에 상생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사회적 대화기구 논의에 적극 참여해 납품대금 연동제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홍보와 컨설팅을 강화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