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에서 설계사들의 보험사기 및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27일 공개한 제재 사례에 따르면, 다수의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이 설계사 관리 소홀로 인한 내부통제 미흡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위조 진단서 제출, 고의 사고 공모, 허위 진료확인서 작성 등을 통해 수백만 원대 보험금을 편취한 사례들이 집중적으로 적발됐다.
특정 설계사는 시술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가짜 진단서를 제출해 860만 원을 수령한 혐의로 180일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고,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도해 2264만 원을 취한 정황도 확인됐다. GA 소속 설계사들 역시 도수치료를 가장한 성형수술 비용을 보험금으로 청구하거나, 모집 실적을 타인에게 떠넘기며 수수료를 부당 수령하는 행위가 드러났다. 일부 기관은 상품 설명의무를 위반해 기관과 소속 설계사 모두 과태료를 부과받았으며, 전직 임원들이 제3자에게 수수료를 전달한 사실도 적발됐다.
문제는 유죄 판결이 나도 설계사의 즉각적인 퇴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행정처분까지 청문 절차 등 절차적 요건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평균 1~2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이 기간 동안 정상 영업이 가능한 구조적 허점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직접 영업이 어려워진 경우 다른 설계사의 코드를 사용해 실적을 올리는 ‘경유계약’이나 ‘대리코드’ 방식도 여전히 통용되는 것으로 드러나며 소비자 피해 가능성과 책임 분배의 모호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법원에서 범죄 사실이 확정되면 청문 절차 없이 즉시 등록취소를 가능하게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국회 정무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서도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법안 통과는 지연되고 있다. 이번 사례들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보험사와 GA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시급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