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사고 후 과실 판단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2025년 5일 발표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에 대한 국민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과실비율 분쟁 건수는 15만6812건으로, 2014년의 3만260건에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자동차 보험 처리 과정에서 소비자와 제도 간 인식 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지표로, 보험업계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 확대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고 처리 기준에 대한 국민의 이해 부족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월 전국 18~69세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보험사고 도표상의 정확한 기본 과실을 모두 맞춘 비율은 10개 유형 중 가장 높아야 했던 사고에서조차 57.8%에 그쳤고, 일부 유형에서는 9.3%에 불과했다. 특히 후행 차량의 전면추돌 사고에서 피해 차량(후행차)이 과실 0%임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이를 16.3% 수준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어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법적 책임 구조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행자 우선 통행권이 보장된 횡단보도 우회전 사고에서 전면 책임이 명확히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다수 국민은 피해 차량에 일정 과실을 부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더 나아가 순수비교과실제도 하에서 과실 1%의 피해자가 고가 차량 가해자의 막대한 수리비를 일부 부담해야 하는 배상 체계에 대해 76.2% 이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번 조사 결과가 단순한 인식 문제를 넘어 제도 전반의 신뢰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실비율 불만으로 인한 분쟁조정 신청과 소송 건수의 증가세는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부담을 가중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보험료의 구조적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과실비율에 따라 다음 보험의 할증율이 결정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차례 사고 판단이 수년간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확한 기준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연구원 측은 기준 개정 절차의 체계화와 더불어, 과실비율이 일정 기준 미만일 때만 상호 배상이 인정되는 ‘수정비교과실제도’ 도입을 제안하며 제도적 재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험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법적 기준과 국민의 일반 상식이 조화를 이뤄야 하며, 도로 환경 변화와 법원 판례 흐름을 반영한 동적 개선 메커니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