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내 원유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4월 1일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를 열고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기존 '주의'에서 '경계'로, 천연가스는 '관심'에서 '주의'로 각각 격상하기로 결정했다. 새 경보는 4월 2일 0시부터 발효된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영된다. 원유는 지난 3월 5일 '관심' 단계가 발령된 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수급 여건 악화로 3월 18일 '주의'로 격상된 바 있다. 이번 '경계' 격상은 수송로 차단이 본격화된 데 따른 조치다.
정부가 위기경보를 높인 가장 큰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도입 중단 때문이다. 지난 3월 1일 해협이 막히기 직전 마지막으로 통과한 유조선이 3월 20일 국내에 입항한 이후, 열흘 넘게 호르무즈발 원유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동 지역 원유 생산 및 수송시설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도 커진 상태다.
천연가스의 경우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 현물 구매와 해외자원개발 물량 등을 확보해 연말까지 수급을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과 난방 요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주의' 단계를 발령해 보다 적극적인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정부는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낸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물량 확보 가능성이 확인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무관과 코트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을 본격 도입하고, 비축유는 민간이 대체 원유를 선적할 때 제공한 뒤 민간 선적분이 국내에 들어오면 상환받는 스와프 방식을 적용해 대체 원유 확보를 촉진한다.
공공과 민간 전반의 수요 관리도 강화된다. 원유 '주의' 단계가 발령된 이후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 중인 공공분야 차량 5부제는 경보 상향에 맞춰 더욱 강화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민간의 에너지 절약을 더욱 촉진하고, 국토교통부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교통비 부담 경감을 위한 시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천연가스 수요 관리를 위해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석탄발전 폐지 시기도 연장한다.
원유 도입 차질로 영향을 받는 나프타와 석유제품에 대해서도 공급망 관리를 강화한다. 나프타 매점매석을 금지하고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며, 대체 수입에 따른 수입단가 차액 지원을 추경안에 반영(정부안 4,695억원)해 해외 물량 도입을 지원한다. 석유화학 제품도 필수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수급 점검과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민생 안정을 위한 최고가격제 효과가 국민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시장 감독도 강화한다. 가격 동향과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통해 점검과 단속을 강화해 위법 행위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엄단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관리원 등 유관 기관들은 일일 도입 및 수급 동향 점검, 비축유 활용, 국제공동비축 물량 도입, 석유 유통시장 질서 확립 등 위기경보 '경계' 격상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추진한다. 정부와 유관 기관 모두 더욱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위기 경보 격상에 맞춰 한 단계 높은 대응체계로 전환하겠다"며 "국민께서도 엄중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