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관리 인구의 증가에 따라 보험사들이 유병자 대상 간편보험 출시를 늘리고 있으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알릴 의무의 기준을 둘러싸고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기존 질환을 가진 이들의 가입 문턱을 낮춘 상품들이 확대되고 있지만, 치료 과정 중 약제 조정이나 용량 변경 등 일부 사항에 대한 고지 필요성 여부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으면서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간편보험은 일반 건강보험보다 심사 항목이 축소된 것이 특징이다. 주로 최근 3개월 이내 질병 진단 또는 추가 검사 필요 소견, 최근 5년 내 입원·수술 이력, 중대질환 발생 여부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간소화된 구조 속에서 약물 복용 조정과 같은 세부적인 치료 변화가 고지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상품마다 해석이 달라 소비자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보험사 측은 약물 변경 자체보다 그 배경에 있는 건강 상태 악화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처방 조정이라면 문제 삼지 않겠지만, 질병이 악화해 치료 수준이 강화된 경우라면 인수 심사나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간편보험의 접근성 강화라는 본래 목적과 함께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추구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2023년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질병 및 상해보험 관련 민원의 8.5%가 알릴 의무 이행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건강검진 결과나 진단 소견, 추가 검사 권고 사항 등도 고지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정보라도 보험 계약의 유효성과 직결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간편보험의 확대가 포용적 보험 시장 형성에 기여하지만, 명확한 기준 부재는 계약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릴 의무의 경계가 모호할수록 보험금 지급 거절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장기적으로는 상품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험 시장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소비자 이해를 전제로 한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