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패턴 손보는 은행권, 소비자 ‘왜곡된 선택’ 차단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하거나 불리한 결정을 유도하는 이른바 '다크패턴(Dark pattern)'에 대한 금융권 가이드라인이 4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도 비대면 상품 가입 화면부터 해지·철회 절차, 안내 문구, 상담 연결 구조까지 소비자 접점 전반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다크패턴은 웹사이트나 앱의 사용자 환경(UI)과 경험(UX)을 교묘하게 설계해 이용자가 원치 않는 선택을 하도록 속이거나 오도하는 디자인 기법을 말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이 같은 방식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기존 전자상거래법 등 다크패턴 관련 규율 체계는 일반적인 상거래 행위를 중심으로 설계돼 금융상품 판매 과정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관련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금융회사는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4월부터 이를 적용하게 된다. 당국은 우선 금융회사의 자율 점검과 이행을 유도하되, 필요할 경우 금융감독원을 통한 지도·감독에도 나설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은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크패턴을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편취유도형 등 4개 범주, 15개 세부 유형으로 구분했다. 설명 절차 축소, 특정 옵션 사전 선택, 복잡한 해지 경로, 중요 정보 은폐 등이 주요 사례로 제시된다.
핵심은 금융소비자가 충분한 설명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데 있다. 화면 구성이나 절차 설계가 공급자 편의나 수익 중심으로 짜여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화면 디자인을 손보는 차원을 넘어 온라인 판매 구조 전반을 소비자 보호 원칙에 맞게 다시 점검하라는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대응 범위도 특정 문구 수정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예·적금과 대출, 외환, 모바일 앱 서비스, 상품 안내, 상담 연결, 해지·철회 절차 등 고객이 접하는 거의 모든 영역이 점검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앞두고 실제로 은행권은 일부 화면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소비자 접점 전반을 재점검하는 전사적 과제로 확대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이미 금융위 요구에 따라 업권별 가이드라인과 자체 개선 방향을 정리해 은행연합회를 통해 1차 제출을 마친 상태다. 각 은행은 자율 점검 결과와 개선 필요 사항을 우선 전달했고, 현재는 당국의 검토 결과와 후속 지침을 기다리면서 내부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별로 세부 점검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큰 방향은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주요 금융상품과 비대면 서비스 구조가 대체로 유사한 데다 소비자 보호라는 규제 취지도 같기 때문이다. 가입은 쉽게 하면서 해지나 철회는 어렵게 만드는 구조, 중요한 정보를 눈에 잘 띄지 않게 배치하는 방식, 특정 선택으로만 흐르도록 유도하는 동선 등은 업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점검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다크패턴 이슈는 단순히 앱 화면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가 오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문제"라며 "현재는 당국의 최종 지침을 기다리면서도 자체적인 사전 점검과 개선 준비를 병행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