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질환’ 실손보험 분쟁 확산, 국회서 제도 개선 논의
중증질환 치료 과정에서 실손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과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의원,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증질환자 피해사례를 통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에 앞서 중증질환 환자들의 보험금 지급 거절 사례가 공유됐다. 직장암 투병 중인 한 환자는 “전이와 재발이 반복되며 독성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완화하고자 비급여 면역 치료를 병행했지만, 보험사는 눈에 보이는 종양이 제거됐다는 이유만으로 자의적인 치료 종결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치의는 필수적인 보조 치료라고 판단하는데, 보험사가 이를 과잉 진료로 판단하고 심지어 기존 환급금을 내놓으라며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환자의 호소는 단순한 개인 사례를 넘어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최태형 대표 변호사(연세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암 환자 부지급 사례 74건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며 “약관을 보험사에 유리하게 축소 해석해 지급을 거절한 사례가 30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손보험 약관에는 암보험과 달리 ‘직접적인 목적’이라는 문구가 없음에도 보험사 해석이 적용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지급 거절을 넘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이 제기되는 등 분쟁 양상이 다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의료 전문성 존중과 제도 안정성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5인 패널의 논의가 이어졌다.
의료계는 현장의 임상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보험자의 해석이 의료적 판단을 대체하는 구조는 지속될 수 없다”며 “형식적 잣대보다 주치의의 진찰 결과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창훈 서울의료원 공공보건정책실장은 “중증질환은 치료가 복잡하고 부작용이 다양해 보험사가 단편적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감독 당국의 구체적인 심사 기준 공시를 제언했다.
반면 보험업계와 감독당국은 제도의 재정적 안정성을 언급했다. 이형걸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 부장은 “일부 기관의 과잉 진료와 보험 사기로 연간 손실액이 2조원에 달한다”며 “다수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 심사 기준 확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전현욱 금융감독원 보험상품분쟁2국 팀장은 “지출 증가에 따른 보험료 인상은 고령층을 사각지대로 몬다”며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의료자문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 체계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성지은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사무관도 “관리급여 제도를 통해 비급여 진료의 가격 편차를 줄이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석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이번 토론회는 당장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이를 발판 삼아 앞으로 더 좋은 개선 방안을 만들기 위한 자리”라며 “현 실손보험 구조가 중증환자들에게 얼마나 큰 경제적 부담을 주는지 되돌아보고, 공정한 판단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