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질환 환자들이 치료 도중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이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지난 2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보건복지위 김선민 의원과 정무위 신장식 의원,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는 실손보험의 현행 구조가 중증 질환 치료 현장과 괴리돼 있다는 문제 제기를 집중 조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암 등 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비급여 치료를 받고도 보험금을 환수당하거나 소송까지 당하는 현실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정 변호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74건의 암 환자 보험금 부지급 사례 중 30건은 보험사가 약관을 유리하게 해석해 지급을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손보험 약관에는 ‘직접적인 치료 목적’이라는 명시 조항이 없음에도 보험사가 이를 잣대로 삼아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일부 사례에서는 이미 지급된 보험금을 돌려달라며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소송까지 제기되며 분쟁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계는 주치의의 임상 판단이 보험사의 형식적 심사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와 공공의료기관 관계자들은 중증 질환 치료의 복잡성과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보험사의 단편적 해석은 환자 치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손해보험협회와 금융감독원은 과잉 진료와 보험 사기로 인한 연간 2조원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의 재정 건정성을 유지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항목의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한 관리급여제 운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으며, 금감원은 의료자문 절차의 공정성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기적 분쟁 해결을 넘어, 중증질환자의 치료 연속성과 보험제도의 공정성 사이에서 균형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의 정착된 구조가 오히려 취지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점점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