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은 쉬워졌지만 손해율과 비용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결국 수익성 한계에 부딪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적용 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이 언더라이팅, 클레임 처리, 사기 탐지, 문서 자동화, 가격 산정 등 보험사의 핵심 손익 영역에 직접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인슈어테크는 ‘편리한 기술’을 넘어 ‘돈이 되는 기술’로 검증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가 투자 흐름에도 이어졌다. 글로벌 재보험사 갤러거 리(Gallagher Re)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인슈어테크 투자액은 50억8000만 달러(약 7조6586억원)로 전년 대비 19.5% 증가하며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다만 자금은 스타트업 전반이 아니라, 실제 손해율 개선이나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된 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언더라이팅과 클레임 영역이다.
단순히 처리 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손해율을 낮추고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보험사 입장에서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기술’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운영 구조 면에서 문서 처리와 고객 응대 등 반복 업무는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가 단순 업무 자동화에 그쳤다면, AI 에이전트는 업무 흐름 전반을 처리하며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개선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유통 구조도 전자상거래, 모빌리티, 금융 서비스 안에서 보험이 결합되면서 고객 획득 비용은 낮아지고 전환율은 높아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인슈어테크의 중심이지만, 평가 기준은 성장에서 수익성으로 이동했다. 레모네이드(Lemonade) 사례에서 보듯 매출과 보유보험료가 증가했음에도 시장은 손해율과 수익성 경로에 더 주목했다.
반대로 루트(Root)나 히포(Hippo)처럼 손해율과 결합비율을 개선하며 수익성에 접근한 기업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시장은 이제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보다 “그 성장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묻는 단계에 들어섰다.
유럽은 기술과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이다. 유럽 보험 및 직업연금 감독청(EIOPA)은 AI 활용에 대해 데이터 거버넌스, 공정성, 설명가능성, 인간 감독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인공지능법(EU AI Act) 역시 보험의 가격 산정과 위험평가 영역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인슈어테크는 단순 기술력보다 ‘규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독일 위폭스(wefox)의 전략 전환이나 아티피셜랩(Artificial Labs)의 특종보험 자동화 기술이 투자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시아는 유통 중심 모델이 두드러진다. 싱가포르 볼트테크(Bolttech) 사례에서 보듯 보험은 플랫폼 내부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으며, 임베디드 보험이 핵심 투자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 보험사들은 AI를 단순 고객 응대 수준을 넘어 영업, 심사, 보상, 리스크 관리 전반에 적용하며 ‘AI 에이전트 기반 운영’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보험계리사협회(SOA)에 따르면 중국 보험사의 60% 이상이 이미 대형 언어모델(LLM) 기반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이는 AI가 보조 기능이 아니라 보험사 운영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핑안(Ping An)보험은 AI를 통해 고객서비스의 약 80%를 처리하고 있으며, 중국인민보험공사(PICC)는 설계사 보조와 가격모형 중심의 조직 효율화에, 중국태평양보험회사(CPIC)는 고객 유지율과 고객관계관리(CRM) 영역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은 AI 에이전트 확산과 관련해 금융권과 국유기관을 중심으로 보안 및 데이터 통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인슈어테크 시장은 명확한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AI는 보험 프로세스를 바꾸는 핵심 인프라가 됐고, 유통은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인슈어테크가 처음으로 보험사의 손익 구조를 실제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