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만 늘었는데도 고지 대상?… 간편보험 ‘알릴의무’ 혼선
약만 늘었는데도 고지 대상?… 간편보험 '알릴의무' 혼선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유병자를 위한 간편보험 시장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가입 문턱을 낮춘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입 전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를 두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알릴의무는 보험 가입 전 계약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와 치료 이력, 입원·수술 여부 등 중요한 사항을 보험사에 고지해야 하는 의무다. 보험사는 이를 토대로 위험을 평가해 보험료를 정하거나 가입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을 경우 추후 보험금이 줄어들거나 지급이 거절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계약 해지로 이어질 수 있다.
간편보험은 만성질환 치료 이력이 있거나 과거 병력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도록 고지 항목을 간소화한 상품으로, 일반 건강체보험보다 질문이 단순해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간편보험은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최근 3개월 이내 진찰이나 검사 결과 질병 진단·의심 소견, 입원·수술 필요 소견, 추가검사 필요 소견 여부 ▲최근 5년 이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입원 또는 수술 여부 ▲최근 5년 이내 암·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 등 중대질환 이력 여부 등이다. 다만 구체적인 문항 구성은 보험사와 상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문항에 없는 내용으로 소비자 혼선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존 질환으로 복용 중인 약의 용량 또는 약제 변경' 여부다. 현장에서는 "간편보험은 종합보험이나 실손보험과 달리 약 처방 자체를 직접 묻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알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설명과 "향후 분쟁이 일어날 수 있어 미리 알려두는 것이 안전하다"는 설명이 엇갈리면서 소비자들의 판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약 용량이나 약제 변경 역시 하나의 진단이라고 봤다. 가입 당시에는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지만,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사들은 대체로 간편보험에서 약 용량이나 약 종류 변경 사실만으로 곧바로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약 변경의 배경에 추가 진단이나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병증 악화가 있었다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용량 조절인지, 상태 변화에 따른 치료 강화인지에 따라 인수 심사나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손해사정사는 "약 용량이 바뀌었다고 해서 무조건 가입 거절이나 보험금 지급 제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3개월 이내 처방이나 진료 내용에 변화가 있었다면 설계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필요할 경우 보험사에도 확인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가입 당시에는 사소해 보이는 내용이라도 먼저 설명해 두는 것이 향후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3년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전체 질병·상해보험 분쟁민원의 8.5%는 알릴의무 미이행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소비자 유의사항으로 ▲과거 5년 내 병력·치료력에 대해 충분히 살펴볼 것 ▲치료사실이나 병력을 일부만 기재하거나 부정확하게 기재 시 알릴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 ▲건강검진 결과상 질병 확정진단, 질병 의심소견, 추가검사 필요소견 등도 알릴의무 대상이라는 점 등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