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의 판례로 배우는 보험상식 실손보험, 치료보다 ‘왜 했는지’가 중요
[김진호의 판례로 배우는 보험상식] 실손보험, 치료보다 ‘왜 했는지’가 중요
실손의료보험 분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쟁점은 단순하다. 피보험자가 실제로 치료를 받았는가가 아니라, 그 치료가 약관상 보장하는 ‘치료 목적’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는지가 보험금 지급을 좌우한다.
최근 분쟁조정 사례도 이를 잘 보여준다. 호흡기질환을 이유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고주파치료를 받은 사례와, 비염 치료 과정에서 CT 촬영 후 비밸브재건술을 시행한 사례가 함께 다뤄졌는데, 두 건 모두 치료 목적에 대한 객관적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첫 번째 사례에서는 질병명은 기재되어 있었지만, 시행된 고주파치료가 해당 호흡기질환의 치료를 위해 왜 필요한지, 그 필요성이 검사결과나 진료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문제가 됐다. 분쟁조정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검사결과 등 의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즉 입원치료를 받았고 비용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치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였다는 점까지 입증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두 번째 사례도 구조는 같다. 비밸브재건술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수술이 실제로 비밸브 협착에 의한 코막힘 치료 목적으로 시행되었는지가 수술기록지나 진료기록 등으로 분명하게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도 그러한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수술명이 무엇인지보다, 그 수술이 어떤 증상과 어떤 병리적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이러한 판단은 실손보험의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전하는 상품이지만, 병원에서 시행된 모든 비급여 치료가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비급여 치료나 시술의 경우 환자의 주관적 불편 호소나 단순한 의사 권유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치료가 증상 개선을 위해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돼야 한다.
보험사는 바로 그 지점을 중심으로 지급 여부를 판단하고, 분쟁조정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무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받았는데 왜 보험금이 안 나오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보험금 심사에서는 의료기관의 설명이나 환자의 체감 증상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검사결과지, 영상 판독지, 수술기록지, 입퇴원기록, 경과기록, 의사 소견서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그 기록만 보더라도 해당 치료가 질병의 치료를 위해 시행되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한다.
특히 비급여 치료는 향후에도 분쟁 소지가 크다. 치료의 필요성과 효과가 널리 확립된 급여항목과 달리, 비급여항목은 치료 목적과 필요성 자체가 개별 사안별로 문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험금 청구 전부터 관련 기록을 꼼꼼히 준비하지 않으면, 실제 치료를 받고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기 전후로 몇 가지를 꼭 챙길 필요가 있다. 먼저 해당 치료가 어떤 진단 아래 시행되는 것인지, 그 진단을 뒷받침하는 검사결과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수술이나 시술을 받았다면 수술기록지, 진료기록부, 검사결과지, 영상자료, 의사 소견서를 가능한 한 빠짐없이 확보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히 진단명이나 수술명만 기재된 서류로는 치료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손보험에서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았는가’가 아니라, ‘그 치료가 왜 필요했고, 그 필요성이 객관적인 의학자료로 입증되는가’다. 객관적 의학증거가 부족한 비급여 치료는 약관상 보장되는 치료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 보험금 지급도 어려워질 수 있다. 실손보험 분쟁은 점점 더 ‘치료 사실’이 아니라 ‘치료 목적의 입증’에서 결론이 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