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손보 주총 ‘절충적 결론’… 외부 감사위원 진입, 5월 7일 2차 공방 예고
DB손해보험이 지난 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맞붙어 일부 안건은 방어하고 일부는 수용하는 절충적 결과를 도출했다. 내부거래위원회 정관 변경은 저지했지만 외부 추천 감사위원이 이사회에 처음 진입하면서, 향후 지배구조를 둘러싼 후속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DB손해보험은 이번 주총에서 얼라인이 제안한 내부거래위원회 정관 변경 안건을 부결시키며 기존 지배구조 틀을 유지했다. 다만 해당 안건은 출석주식수 기준 61.3%의 찬성을 얻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관 변경은 막았지만 과반을 훌쩍 넘는 찬성률은 내부거래 구조에 대한 주주들의 문제의식이 분명히 드러난 결과”라며 “부결됐지만 경고장이 날아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에서는 얼라인이 추천한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가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했다. 보험업계에서 주주제안 후보가 표 대결을 거쳐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이사회에 외부 주주 감시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첫 사례”라며 “형식상 회사가 방어했지만, 내용상으로는 행동주의 펀드가 교두보를 확보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주총은 승패보다 이후 전개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얼라인은 주총 이후 새 이사회에 대해 연결 기준 주주환원율 50%,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구간별 자본관리 정책, IT 용역 내부거래, 상표권 사용료 문제 등에 대해 5월 7일까지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얼라인 측은 “올해 안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경영진과 건설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DB손해보험은 주주환원 확대 요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급격한 주주환원율 상향은 오히려 안정적 배당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제도 변화로 배당가능이익 감소 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매입한 자사주 5.6% 소각을 결정했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고려해 주주환원율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향후 핵심 변수로 민수아 감사위원의 실제 역할을 지목하고 있다.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서 내부거래, 자본배분, IT용역 계약, 상표권 사용료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얼마나 실질적으로 관여하느냐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선임의 의미는 상징이 아니라 실행에 있다”며 “이사회 내부에서 실제로 무엇을 바꾸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