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비만의 날 토론회… “예방 넘어 치료 중심 정책 전환해야”
2026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서미화 보건복지위원회 위원과 대한비만학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이준석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 간사, 김유현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 이사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만을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만성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예방 중심에 머물러 있는 국내 정책의 한계를 짚고 치료 접근성 확대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논의했다.
■ "비만은 개인 문제가 아닌 국가 건강 과제"
서미화 위원은 인사말을 통해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건강 문제"라며 "특히 아동·청소년, 저소득충,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서의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져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도 "비만은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제2형 단뇨병, 심혈관질환, 지방간질환, 일부 암, 근골격계 질환, 정신건강 문제와 밀접히 연관된 만성 재발성 질환"이라 말했다. 이어 "약물치료에 대한 보험 적용의 부재, 체계적 치료 전달 체계의 미흡,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왜곡된 인식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비만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생물학적, 환경적, 사회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질환인만큼 이제는 해법 또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치료제 보험 적용, 예방 중심 정책 전환 필요"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이준석 간사는 '비만병 치료제의 의료보험 적용 필요성과 해외 사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간사는 비만이 단순 위험요인이 아닌 질병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적 흐름을 소개했다.
그는 "2024년 기준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38.1%, 성인 남성은 48.8% 수준에 달하는 등 비만 문제가 심화하고 있고,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세도 뚜렷하다"며 "조기 개입은 향후 의료비 절감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 치료제를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라며 "이제는 예방을 넘어 치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해외 사례와 연결해 "해외는 건강보험 적용이 단순한 약제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과 연계돼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며 "국내도 비만 관리 종합대책 마련과 함께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치료 접근성 격차 해소와 재원 마련 논의 필요"
두 번째 발표에서는 김유현 대표가 '비만 당사자가 말하는 질환 경험과 치료제 보험 적용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대표는 비만을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으로 규정하며, 약물치료가 체중 감량뿐 아니라 감량 이후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으로 비만을 의지 부족이나 미용의 문제로 바라보는 편견이 여전하다"며 "현재 비만 치료제가 급여화되지 않다 보니 미용 목적이라는 오해도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만 치료제의 급여화는 오남용을 오히려 줄이고,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박정환 이사는 '치료 중심 전환을 위한 비만 정책 및 재원 마련에 대한 전문가 제언'을 통해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박 이사는 "비만은 당뇨병·고혈압뿐 아니라 13개 암,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도 연결되는 복합질환"이라며 "국가가 심뇌혈관질환과 당뇨병은 관리하면서도 근본 원인 중 하나인 비만을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면 사회·경제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이라는 제도가 있음에도 경제적 이유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만 치료제의 비급여 구조는 소득에 따른 치료 접근성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어 급여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위험군과 저소득층, 소아·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선택적·단계적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비만 치료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설탕세 등 건강증진 목적세 도입 논의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이사는 "비만 치료는 약제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식이요법·운동·행동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지속 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비만 관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장기적인 종합대책과 협의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