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운 대대적인 의료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는 2026년 7월 22일 '생명을 위한 AI, 모두가 누리는 의료혁신'을 비전으로 하는 'AI 기본의료 전략'을 공개했다. 이 전략은 국가AI전략위원회 산하 'AI 기본의료 TF'가 지난해 11월부터 마련해 온 것으로,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략은 크게 3대 전략과 10대 정책과제로 구성된다. 첫째,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의료혁신, 둘째, 전국 어디서나 첨단의료를 누리도록 AI 전환(AX) 기반 구축, 셋째, 지속 가능한 AI 의료혁신을 위한 의료생태계 마련이다.
우리 동네에서도 AI 진료
의료 취약지의 부족한 의료진과 보건소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 보건소·보건지소 등 지역보건의료기관에 진료·행정·건강관리를 보조하는 AI 패키지가 2027년부터 도입된다. 이 패키지는 영상판독 보조, 의무기록 자동 생성 등 진료역량 강화형과 만성질환 관리, 건강기록 기반 질병 예측 등 건강관리 고도화형으로 나뉜다.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과 연계되어 의료진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취약지에 있는 필수 진료과목(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의원에는 '일차의료 AX 바우처'를 제공해 AI 기반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섬이나 산간지역 등 의료진이 부족한 곳에서는 재택 방문간호사가 AI를 활용해 원격지 의사와 함께 비대면 협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과 연계해 만성질환 관리에 AI를 활용, 환자 문진 결과를 자동으로 요약하고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성형 에이전트(Agent) 기반으로 지역 의료수요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해 고령화 등 인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한다.
AI가 지키는 응급환자 골든타임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구급차 이송부터 적정 병원 선정까지 실시간 AI 분석을 지원하는 '(가칭)응급 통합 AI 플랫폼'의 실증·확산을 추진한다. 이 플랫폼은 소방청 119구급 스마트 시스템 및 중앙 응급의료 정보망과 연계된다. 응급환자가 자신의 정보 열람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사전 동의 가입자에 한해 응급의료진이 '나의 건강기록(PHR)'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한 구급일지, 간호 초기 평가 등 응급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병원 자원의 효율적 배정을 돕는 '응급실 특화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을 개발한다. 실시간 이송 정보와 병원별 배후 진료역량을 평가·분석해 전국 어디든 적정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정보망'도 고도화한다.
내 건강기록과 함께하는 진료
병원을 옮길 때마다 광디스크(CD)로 의료영상을 복사하고 중복 촬영이 빈번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나의 건강기록(PHR)'을 기반으로 병원 간 진료정보를 공유한다. PHR은 여러 병원에 흩어진 진료 정보를 한 번에 조회·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와 연계해 환자가 원할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처방전·진료기록 등을 요약하고 해석하는 '국민 AI 건강비서'를 도입한다. 주요 기능으로는 의학 용어의 일상어 요약·해석, 대화형 비의료 건강상담 챗봇 등이 있다. 표준화된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전원 시 AI가 방대한 진료 기록을 단시간 내에 분석·요약하고 진료의뢰서 초안 등을 생성해 끊김 없는 진료를 보장한다.
전국 공공병원 AI 대전환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AI 전환에 한계가 있던 지역 공공병원은 '(가칭)공공의료 AI 고속도로'에 연결된다. 이 중앙 플랫폼에는 영상판독, 의무기록 생성, 환자 의뢰서 요약 등 다양한 의료 AI가 탑재된다. 2026년 하반기부터 권역(3개)·지역(6개) 책임의료기관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권역(17개)·지역(55개) 책임의료기관 72개소 전체를 연결할 계획이다.
노후된 지역 공공병원의 전산시스템은 최신 시스템으로 교체하고, 지방의료원 내 임상데이터를 표준화해 최적의 AI 활용 환경을 구현한다. 만성질환, 다빈도 질환, 소아·청소년 분야 등 수요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의료 AI 개발·실증도 추진한다.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방문부터 귀가까지 병원의 모든 서비스를 AI로 제공하는 '(가칭)AI 지능형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특히 국립대병원들의 공동 사용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핵심 모듈을 공동 개발한다. 권역별 'AI 특화병원'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도 우선 추진한다. 이 시범사업은 진단·관리·예후예측 등 상용 AI 10종, 지역 협진을 위한 환자 기록 기반 문서 자동 생성 AI 5개 의료기관, 업무 효율화 기술 9종을 통합 구현한다.
한국형 의료AI 개발
기관별 의료데이터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보건의료정보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암센터 등 주요 공공기관이 협업하는 '원스톱(One-Stop) 데이터 컨설팅'을 지원한다. 기관별 데이터 보유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 지도를 구축하고, 기관별 데이터 분석 전담팀도 신설한다.
한국형 의료 AI 학습을 위해 공공·임상·연구데이터를 결합·개방하는 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허브를 구축한다. 상업적 오남용과 데이터 유출·재식별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임상데이터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기초한 '한국형 의료 AI'를 개발해 외국 AI 모델 의존을 탈피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소버린 의료 AI 체계'를 구축한다.
AI 시대에 맞도록 가명 데이터에 대한 규제 합리화도 추진한다. 데이터 가명 처리 시 위험도별 차등 심의 절차를 마련하고, 피험자에게 물리적 위험이 없는 비식별화된 데이터 연구는 기관윤리심의(IRB)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속 가능한 의료생태계
AI 기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정 보상 체계를 마련한다. 개별 AI 의료 기술 사용에 보상하는 현행 방식에 더해 AI 기술의 의료 성과를 평가·보상하는 체계를 폭넓게 검토한다.
지역 국립대병원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바이오헬스케어, 로봇 등 지역 특화사업과 연계해 AI 기반 혁신 기술 확산을 지원한다. 안전하고 윤리적인 의료 AI 사용을 위한 의료 AI 윤리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민간 클라우드 사용 요구와 데이터 민감성을 고려한 보건의료 보안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AI·바이오헬스 분야 해외 우수 연구자 유치 및 국내 우수 인재 양성 체계도 마련한다. 차별 없는 AI 기반 보편적 건강보장(UHC) 실현을 위한 글로벌 협력 거점으로 WHO AI 허브를 국내에 설립하고, 제5차 세계 바이오 서밋(2026년 10월)을 계기로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을 발표해 의료AI 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AI는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도구”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AI 기본의료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겸 과기부총리는 “AI 기본의료 전략은 모두의 AI와 함께 AI 기본사회 구현의 중요한 핵심과제”라며 “이해관계자 간 소통과 조율을 통해 속도감 있는 정책 실행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