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에도 중소기업 ‘한숨’
국내 금융권이 생산적·포용금융 확대를 통해 금융 취약계층 지원과 기업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해외 주요국이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포용금융을 설계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대출 공급 확대에도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으로 금융이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9일 발표한 ‘동반성장과 포용금융의 역할’ 리포트에서 포용금융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소득분배를 동시에 개선하는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 접근성 확대와 성과공유제, 중소기업 금융지원은 모두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개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포용금융은 정책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자금공급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단순 대출 지원을 넘어 기업 간 협력관계와 미래 생산성을 금융이 평가할 수 있도록 동반협력계약 공시제도 도입과 협력이익 공유제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포용금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포용금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금융 흐름은 이 같은 방향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은행권에 생산적·포용금융 확대를 주문했고, 지난 8일 기준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오는 2030년까지 총 70조4000억원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며 포용금융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5조6700억원을 지원해 연간 목표액(13조2200억원)의 42.9%를 집행했다.
또 생산적 금융에는 1242조원을 공급할 계획으로, 43조8980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집행하며 연간 목표(80조5000억원)의 54.5%를 달성했다.
개별 금융그룹의 지원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2일 미래동반성장프로젝트에 생산적 금융 9조4000억원, 포용금융 6000억원 등 총 10조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실제 기업대출을 살펴보면 경기 불확실성과 건전성 관리 기조 속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금융권 및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예금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340조1872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23.2%를 차지했다. 이는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이다.
대기업 대출 비중은 2021년 18.0%, 2022년 17.6%, 2023년 19.9%, 2024년 21.6%, 2025년 22.2%에 이어 올해 23.2%까지 꾸준히 확대됐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올해 1분기 76.8%(1126조3997억원)로 지난해 1분기(77.8%)보다 1.0%포인트(p) 낮아졌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대기업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사이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달 말 평균 0.73%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결국 버티지 못한 기업들의 퇴장도 늘어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5월 법인파산 신청은 1060건으로 5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한 해 전체 신청 건수인 955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자금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금융이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만큼 연체율이 높아지는 중소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