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진의 보험을 워딩하다 자기만의 패러다임(Paradigm)
사전적 의미에서 패러다임(Paradigm)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영어로는 '패턴(pattern)'이라는 뜻이다. 동시대 사람들의 견해와 사고를 규정하는 테두리로서의 인식 체계이자,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개론과 이념을 해석하는 틀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축약하면 사회적인 특정한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 번 생성된 패러다임은 각종 미디어의 표현, 기업 문화, 문화적 구전을 통해 전달되며 대중적인 현상처럼 한참을 머물다 간다.
패러다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것이 인간이 행동하는 방향을 정해준다는 의미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많은 저명 인사들에게는 그들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로 '패러다임의 전환'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필자 역시 그만큼 성공하고 싶지만 이는 너무나 요원한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꾼다. 이는 자유의지이기 때문이다.
이만큼 패러다임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어떤 해결책이 가능한지 등 일하면서 빠르게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 보이지 않는 결정권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보험영업에서도 패러다임은 성패를 가른다.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같은 교육을 받으며 같은 시장에서 활동하는데도 누군가는 꾸준히 성장하고, 누군가는 중도에 포기한다. 그 차이는 의외로 눈에 보이지 않는 패러다임에 있다. 보험 영업에서 패러다임은 단순한 생각의 차원을 넘어 영업의 본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영업은 상품을 파는 기술보다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어떤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행동의 차이는 결국 결과의 차이로 이어진다. 영업 실패의 예는 너무 많기 때문에 지면의 절약을 위해서 생략하도록 하겠다.
성공적인 영업가들은 공통적으로 본인이 아닌 고객 중심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와 앞으로 닥칠 위험을 관리해주는 재무컨설턴트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아는 한 보험인은 지나칠 정도로 메모를 많이 하는데 그가 가진 패러다임은 고객의 가족 상황, 재정상태, 미래 계획을 묻고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 메모장에는 고객뿐 아니라 배우자의 취미, 자녀들의 장래희망까지 적혀 있는 걸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철저한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은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업의 마지막 단계인 소개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건 자연스런 결과다.
또한 그들은 실패를 바라보는 패러다임도 다르다. 거절의 연속이 보험 영업이다. 잠깐의 거절도 있지만 때로는 오랜 시간 공들인 상담이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이러한 거절을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고 감정을 배제한 채 철저한 데이터로 삼는다.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고객이 진정으로 궁금해했던 점을 놓치진 않았는지 상담 과정을 복기한다. 더 대단한 부분은 보험과 상관없이 고객을 다시 만나 자신의 이러한 부분들을 직접 묻는 엄청난 용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감동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패러다임은 아닐지언정 자신만의 영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만들고 실행하고 오차를 수정해나가는, 개인이 가진 패러다임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즘 패러다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보험을 잘 소개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었겠지만, 오늘날의 고객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보험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제 고객들은 상품을 잘 알고 있는 사람보다 현재 상태를 이해해주고 장기적으로 관리해 줄 전문가를 찾고 있다는 게 보험료보다 더 큰 니즈가 돼가고 있는 현상을 자주 보곤 한다.
필자가 근 2년에 걸쳐 느낀 가장 큰 변화였다. 그대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어떤 대안점을 갖고 있는가. 필자는 이들에게는 판매자의 패러다임이 아닌 조력자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하고 싶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영업 환경마저 변화시키는 요즘, 보험인은 불안과 고민을 공감하고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고 동행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AI가 발전한다 한들 보험의 꽃인 영업의 한가운데,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자리에는 들어올 수 없다.
이하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VIP지사 영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