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TW재팬 “정치 리스크, 이제는 자국과 주요 시장이 진원지”
윌리스타워스왓슨(WTW)재팬은 지난달 29일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정치 리스크 조사 보고서 2026(Political Risk Survey and Report 2026)'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정치 리스크 분석기관 옥스퍼드 애널리티카(Oxford Analytica)와 공동 제작됐으며, 글로벌 다국적 기업 57개사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응답 기업의 본사 소재지는 유럽이 46%, 북미가 37%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키리하라 노리아키(桐原憲昭) WTW브로커재팬 리스크&애널리틱스 수석 컨설턴트는 "정치 리스크의 중심이 신흥국·분쟁지역에서 자국 정부와 주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기업이 직면한 구조적 변화로 ▲지정학적 손실의 일상화 ▲자국 정부 요인에 따른 리스크 부상 ▲동서 진영 분리에 대한 대비 등을 꼽았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정치 리스크의 자국 회귀(Political Risk Comes Home)'다.
키리하라 수석은 "과거에는 이란·베네수엘라 같은 고위험 국가가 정치 리스크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미국·중국 같은 핵심 시장이 리스크 발생 원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정치 리스크 손실이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우크라이나·인도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39%는 "자국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해외 정치 리스크가 상승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32%는 "비용 증가와 경쟁력 저하가 발생하더라도 국가 안보를 우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새로운 지정학 리스크로는 '미국 내 소요·정치 폭력'이 49%로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혔으며, 이는 중동 분쟁(46%)보다 높은 수준이다. 조사 시점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진행되던 시기였음에도 미국 내부 불안정성이 더 높은 리스크로 평가된 데 대해 그는 "리스크 중심축이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아시아 응답 비중이 16%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대만해협 리스크'가 32%를 기록한 것은 대만 유사시 리스크가 전 세계 기업의 공통 우려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레이존 공격 분야에서는 인프라 공격이 65%로 처음 1위를 차지했으며, 경제적 압박(61%)과 국가 지원 사이버 공격(56%)이 뒤를 이었다.
키리하라 수석은 이러한 공격이 국가안보 리스크와 상업 리스크의 경계를 흐리고 있으며, 기업들이 빈번하게 표적이 되면서 "지정학 자체가 일상적인 사업 환경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가장 관리하기 어렵다고 평가한 리스크는 '관세장벽 상승'으로, 응답 비율은 61%로 국제 무력분쟁(28%)을 크게 웃돌았다. 정치 리스크 관련 손실 경험도 크게 늘어, 응답 기업의 약 75%가 올해 정치·지정학 리스크로 인한 신용손실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공급망 차질은 49%로 3년 연속 가장 큰 손실 유형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84%는 동·서 진영 사업을 구조적으로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이미 시행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키리하라 수석은 "정치 리스크가 꼬리위험(Tail Risk)에서 상시 리스크로 변화하고 있다"며 "정치 리스크는 더 이상 일시적 위기 대응 차원이 아니라 상시적인 거버넌스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수의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대응 체계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